[이슈 분석] 온갖 구설 교육부 ‘폐지론’ 가능할까

입력 2017-03-08 05:01

교육부 폐지론은 실현될 수 있을까.

국정 역사 교과서 강행, 이화여대 재정 지원 몰아주기 등으로 미운털 박힌 교육부를 없애 단죄하자는 여론이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힘을 받고 있다. 폐지론의 골자는 중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아래 교육지원처가 보좌하는 형태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국가교육위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면 교육지원처가 실행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교육부 대신 국가교육위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입시 정책은 정권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해 고통을 주고 있다. 심지어 고교 1·2·3학년에 다른 대입 제도가 적용되기도 했다. 불안한 학부모는 사교육으로 몰려갔다. 국정 교과서 논란처럼 정치판 이념 싸움이 학교 현장으로 넘어오는 건 일상이 됐다. 100년 대계는커녕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국가교육위라면 개선될까. 독립성이 관건이다. 국가교육위가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추진하려는 정책을 거부해도 뒤탈이 없어야 한다. 새 정권이 기존 국가교육위 정책을 뒤집을 수 있으면 있으나마나하게 된다. 그러려면 국가교육위에 독립적인 예산과 조직, 인사권을 줘야 한다. 국회·정부가 가진 입법권도 필수다. 국가교육위 동의 없이 법령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권이 국가교육위를 식물로 만드는 건 간단하다. 기획재정부가 돈줄을 죄면 국가교육위의 정책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교육행정은 어떻게?

권한이 주어진다 해도 기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 많다. 내각에서 떨어져 나오면 정책 수립은 독립적으로 되더라도 실행력은 약해질 수 있다. 교육 정책은 노동 복지 경제 정책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힘을 얻기 때문이다.

예컨대 입시 열기를 낮추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면 일자리와 복지 정책 등이 수반돼야 한다. 노동 시장이 양극화나 사회 안전망 문제를 손보지 않고 “꿈과 끼를 찾는 행복 교육”만 외쳐선 공허하다.

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는 현 체제에서도 다른 부처 장관들과 머리를 맞대기가 쉽지 않았다. 독립된 권한을 가진 국가교육위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맞서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교육 시스템은 엉망이 된다.

교육부가 관장하는 법률만 72개, 1890여 조항이다. 시행령은 106개에 2100여 조항이다. 교육부가 없어져도 누군가 법령을 해석하고 개정하고 적용하고 규제해야 한다. 조문 하나하나에 첨예한 이해가 걸려 있다. 교육부 폐지가 기정사실화되면 시·도교육청, 대학, 교원단체 등 교육계 전체가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어 교육 행정이 공중에 떠버릴 수 있다. 교육 개혁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초·중등 교육은 문·이과 통합을 표방해 2015년 만들어진 새 교육과정 적용을 앞두고 있다. 당장 오는 7월 새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발표된다. 교육부 폐지로 이런 일정도 불투명해진다. 학교 현장과 사교육 시장이 또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면밀한 대비가 없다면 교육부 폐지론은 교육부에 분노한 민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