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물 안 한국야구 ‘망신살 플레이’… WBC 개막전서 져 1라운드 탈락 위기

입력 2017-03-07 18:4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3번 타자 김태균(오른쪽)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A조 개막전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3회말 2사 2루 기회를 삼진으로 무산시킨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 중심타선은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빈타에 허덕여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뉴시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수준 낮은 경기력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안방에서 최초로 열린 WBC에서 1라운드 탈락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표팀의 기량 하락이 국제 룰과 맞지 않게 인위적으로 좁힌 스트라이크존과 이에 따른 리그의 타고투저에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지난 6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투수 제구력 난조와 타선 부진으로 1대 2 충격 패를 당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미국 마이너리거로 구성된 이스라엘은 당초 한국보다 한수 아래 전력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 결과를 맞이했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투수 8명을 내세우고도 졌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이스라엘에 진 것에 대해 경악했다. 뉴욕타임스는 7일(한국시간) “이번 대회에 참가한 16개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이스라엘(41위)이 한국(3위)을 꺾었다. 기적 중의 기적(miracle of miracles)”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졸전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잉태돼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경기에선 현역 메이저리그 심판 두 명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소속 국제심판 두 명이 한국 경기 심판으로 투입됐다. 구심을 봤던 브라이언 나이트는 메이저리그 베테랑 심판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국제 규격에 맞는 스트라이크존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사실 한국은 공격 야구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스트라이크존을 좁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 시즌 30개 정도 홈런을 때린 선수가 홈런왕이 될 정도로 타저투고 현상이 지속돼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결국 스트라이크존이 좁혀지자 투수들은 난타당하기 일쑤였고, 타자들의 기록은 크게 향상됐다.

실제 2013년 리그 평균타율(0.267)과 평균자책점(4.32)이 지난해 각각 0.290, 5.17로 크게 높아졌다. 덕분에 실력이 향상됐다는 착시현상으로 주요 타자들은 과대평가됐고 자유계약선수(FA) 몸값에 큰 거품이 끼었다.

하지만 이런 ‘신기루’는 이스라엘전 단 한 경기로 깨졌다.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을 못하고 헛스윙을 남발했다. 몸값 150억원, 84억원의 이대호(롯데)와 김태균(한화)은 각각 5타수 무안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나란히 삼진을 두 개나 당했다. 100억원의 사나이 최형우(KIA)와 96억원을 받은 박석민(NC)은 타격 부진으로 선발 명단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투수들의 기량도 정체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 더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었음에도 제구 난조가 도드라졌다. 실제 이스라엘전에 나온 한국 투수 8명은 총 47명의 타자를 맞아 31명에게 초구를 볼로 던졌다.

이에 따라 이미 한국 프로야구계에선 스트라이크존을 넓히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SK 염경엽 단장과 한화 김성근 감독이 대표적이다. 염 단장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내년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현재보다 확대키로 결정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대만을 15대 7로 꺾고 2연승, A조 1위로 올라섰다. 이스라엘은 이날 홈런 2방을 포함, 장단 20안타의 활화산 타격을 선보이며 낙승을 거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