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홀로서기’… 대선구도 태풍이냐 미풍이냐

입력 2017-03-08 05:00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탈당을 선언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분당 직후인 지난해 1월 당의 ‘구원투수’로 영입한 지 14개월 만이다. 비주류·개헌파 수장이었던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비패권연대’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교차한다.

김 전 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민주당에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난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관해서 당분간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의 개혁입법 의지 미비를 탈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모두 개혁을 외치고 있음에도 개혁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측근은 “총선 승리로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만 부활시켰다는 자괴감도 탈당의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도 “남이 써준 공약을 읽는 대선주자는 그런 일(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 문 전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당분간 기존 정당 합류나 창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정치적 입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중도성향 세력과 함께 비패권연대 구성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비주류 및 다른 정당 의원을 규합해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에게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개혁세력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다. 차기 정부는 180∼200석의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을 개혁 입법과 개헌에 소극적인 패권주의 정당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비패권연대를 통합·개혁세력으로 세워 대결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구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일단 둑에 구멍은 뚫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김 전 대표와의 ‘반패권·개헌연대’를 언급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동반 탈당하겠다는 민주당 의원이 많지 않다. 진영 이언주 최명길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은 김 전 대표의 이후 행보와 민주당의 개헌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개헌을 당 안에서 할 수 없다면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고, 최 의원도 “당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지 없으면 당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비패권연대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합류도 불투명하다. 국민의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바른정당까지 한 데 모아야 문 전 대표와 맞서 볼 수 있다”면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직접 만류에 나서지는 않았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김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정신만큼은 어떤 경우라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대변인 박수현 전 의원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힘을 모으자고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8일 탈당계를 제출하면 의원직이 자동 상실돼 심기준 최고위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최승욱 정건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