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에 이선애 변호사가 지명됐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이 내정자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공개하며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소녀가장으로서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데다 판사 때의 경험을 살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내정자 본인도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수호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헌법과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재 재판관에 이런 인사가 들어선다는 것은 긍정적임에 틀림없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내정자 지명을 계기로 지난 달 말 퇴임한 이상훈 대법관 후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영향으로 당장 후보 임명 절차가 진행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법관의 기준과 자질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서울법대를 졸업한 50대 판사’ 중심의 폐쇄적 구성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관에 법대 교수가 임명되거나 여성 대법관이 2명 충원되는 등 외형적 편향성은 줄었으나 이 같은 기계적 균형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보수 위주의 스펙트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엘리트 판사 위주로 구성된 대법원은 여러 갈래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종심을 담당하는 대법관은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마지막 심판자다. 특히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대법관 일색으로는 이런 사회적 가치를 담기 어렵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이 대법관에 임명돼야 하는 이유다.
[사설] 이상훈 대법관 후임 다양한 가치관 지닌 인사여야
입력 2017-03-07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