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뻐하는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입력 2017-03-09 00:04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정치를 향한 교회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치 참여가 하나님의 뜻일까”라고 물었다면, 이젠 “어떤 정치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정치일까”라고 묻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교회공동체를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 갖게 이끌고 있다.

김명석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이 책에서 오랜 신앙여정 끝에 찾은 자신의 답을 직설적으로 풀어썼다. 책이름도 딱딱한데다 표지도 시뻘겋다. 서문에서 “예수는 물질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아주 ‘빨간’ 사상을 가졌다”고 예고했다. 잔뜩 긴장하며 책을 폈는데, 뜻밖에도 이런 답을 발견했다. “예수의 정치이념은 평화와 사랑이었다.”(125쪽)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풀이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가장 정의로운 정치는 좋은 이(밀)와 나쁜 이(가라지)를 가려 나쁜 이를 제거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을 해방하고 은총을 내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포용과 연대, 공존은 오직 해방과 은총, 사랑을 위한 것이지 억압과 복수, 탐욕을 위한 게 아니다.”(110쪽)

정치라면 으레 권력다툼이나 비리청산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우리들의 상식을 깬다. 그렇다고 정치 현실과 동떨어진 수동적 평화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예수가 우리에게 보인 평화의 길은 싸우지 않는 비폭력이 아니다. 예수의 길은 싸우는 폭력도 아니다. 정의로운 나라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지금 싸운다. 그 나라는 은총과 사랑을 통해 사람들을 해방한다. 그 나라는 은총과 사랑을 무기로 싸운다.”(128쪽)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예수의 메시지를 새로운 태도로 읽게 해준다는 점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지식의 폭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심지어 뉴스까지도 ‘나만을 위한 맞춤 결과’만 골라서 보여준다. 나와 다른 견해나 새로운 태도를 접하려면 ‘큐레이팅’된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성경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천국 구원 사랑 같은 낱말을 교회 안의 신앙에만 국한된 단어로 읽는데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답을 찾으려면 낯선 해석, 새로운 지평에 도전해야 한다. 이 책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말씀과 비유를 정통적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풀이한다. 책을 펴낸 곳도 진보적 사회과학서적을 펴내온 일반출판사다.

저자는 “영원한 진리로서 주님의 말씀을 드러내는 길은 미신이나 기적 또는 종교의식과 종교생활에 몰입하는 길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을 사랑과 은총으로 축복하셨던 예수님의 그 말씀, 그 마음을 드러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십자가가 왜 인류에게 구원의 메시지인지를 설명하는 제3부 4장은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볼만하다.

독자에 따라선 문서비평이나 논리학적인 추론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책의 맨 뒤 ‘감사의 말’에 풀어 놓은 저자의 신앙여정을 먼저 살펴본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