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단독 인터뷰] “의심땐 제거 않으면 못견뎌… 김정은, 21세기 네로”

입력 2017-03-07 17:59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암살의 배경 중 하나로 김정은(사진)의 ‘편집증적 성격’을 꼽았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는 “김정은의 편집증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평양시 외곽의 ‘민속공원’ 얘기를 꺼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 관광을 육성한다며 건설했다고 한다.

“한복 입고 우리 문화를 체험하는 민속촌 같은 곳이다. 대성구역에 몇억 달러를 들여 엄청난 규모로 지었다. 남한에도 그렇게 큰 민속촌은 없을 것이다. 평양 젊은이들은 결혼할 때 다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 훌륭하게 지은 시설을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구글어스로 보면 폐허가 된 모습이 나올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민속공원 건설안을 발기한 사람이 장성택이었다.”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다. 태 전 공사는 “장성택을 죽인 뒤에 차를 타고 민속공원 주변을 지나다닐 때마다 자꾸 장성택 얼굴이 떠오른다며 군부대를 동원해 밀어버린 것”이라면서 “민속공원에 관련된 사진, 결혼하는 남녀가 찍은 사진까지 모두 태워버리라는 지시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태를 로마시대의 폭군 네로 황제에 비유하며 김정은을 “21세기의 네로”라고 했다.

죽은 장성택이 거슬려 도시의 한 구역을 폐허로 만들 정도인데 살아 있는 김정남은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느냐면서 태 전 공사는 자신의 친구 얘기로 넘어갔다.

“중국에서 외화벌이 하던 친구가 있었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간당간당할 무렵에 이 친구가 김정남이 (차기 지도자로) 될 줄 알고 카지노 다닐 돈을 대주며 챙기곤 했다. 북한 보위원들이 이걸 다 보고 있었다. 그때는 누가 후계자가 될지 모르니 그냥 뒀는데 2009년 김정은이 되자 그 친구를 바로 잡아갔다. 2009∼2010년 김정남 주위 사람들을 다 잡아들여 죽였다. 김정남만 목숨이 남아 있었다.”

그는 김정은을 ‘의심이 많은 사람’ ‘의심이 생기면 제거하지 않곤 못 견디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된 배경을 성장 과정에서 찾았다.

“김정은의 생모는 김정일의 공식 부인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2009년까지 숨겨진 자식이었다. 북한에서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스위스에서 사실상 유배 상태로 공부했고 방학 때 북한에 와도 초대소에만 있다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격리돼 산 탓에 친척과 오가고 동무를 사귀며 형성하는 연대의식이 결여돼 있다. 북한에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김정은이 왜 간부들을 죽이는가, 저 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내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의심증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