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가 많이 늘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하락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금융회사들은 가계부채 위험 관리에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체율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고 있으므로 금융회사들은 현재의 양호한 연체율에 대해 오판하는 연체율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연체율은 가계부채 위기의 선행지표가 아니며 위기 발생 시 변동성도 큰 지표다. 2003년 카드위기 사례를 보면 위기 발생과 비슷한 시기에 신용카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전업카드사 신용카드 연체율은 2002년 12월 말 6.6%에서 2003년 12월 말에는 14.3%로 1년 만에 배 이상 올랐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8년 6월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3%대에서 7%대로 큰 폭 상승했다. 이처럼 연체율은 위기 발생과 동시에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연체율만을 위기의 선행지표로 관찰하고 있다가는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연체율은 연체잔액을 대출잔액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따라서 분모인 대출잔액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단기적으로 연체율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4년 이후 3년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속해서 하락했는데, 연체율에 대한 대출잔액과 연체잔액의 기여도를 분해해 보면 2014년과 2015년에는 연체잔액 감소가 연체율 하락을 주도했으나 2016년에는 대출잔액 증가가 연체율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2016년의 연체율 하락이 가계대출의 건전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연체율은 연체채권 정리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체잔액은 전기의 연체잔액에서 신규 연체 발생액을 더하고 연체채권 정리 규모를 차감해 산출된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국내 은행 연체채권 잔액은 7조5000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12월 연체채권 잔액인 6조8000억원에 1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 1조6000억원을 더하고 연체채권 정리 규모인 8000억원을 차감한 수치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연체채권 정리 규모를 늘리면 연체채권 잔액은 줄어든다. 특히 2016년에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15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연체채권 정리 규모를 늘릴 여력도 확대된 상황이다.
넷째, 연체율은 대출 시점과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대출 개시 후 경과기간에 따른 연체율 추이를 살펴보면 연체율은 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등 대출 종류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담보대출의 경우는 대출 개시 직후 지속해서 상승하다가 3년이 지난 뒤에야 안정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신용대출은 연체율이 급상승하다 1년 반 후부터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4∼2016년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지금은 연체율이 낮더라도 향후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가 많이 늘긴 했으나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은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앞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등 경제적인 충격이 발생하면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지금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데 안심하지 말고 차입자의 신용등급, 대출의 종류, 신규 연체 발생 규모, 금리 상승 가능성, 경제 상황 악화 가능성 등을 자세히 살펴서 위험 관리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경제시평-신성환] 연체율의 함정
입력 2017-03-07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