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앞에선 ‘개방’ 뒤로는 ‘롯데 퇴출’

입력 2017-03-07 00:02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한 광장에서 롯데 상품을 중장비로 뭉개는 장면. 중장비에 ‘중국에서 떠나라’라는 현수막도 보인다. 웨이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이구동성으로 대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닫힌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 주석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상하이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개방의 대문은 닫혀서는 안 된다”며 “전방위로 대외 개방을 견지해 무역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첫 자유무역지구(FTZ)다. 시 주석은 “상하이가 자유무역지구를 개혁과 금융 혁신의 보루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도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 맞춘 정부 공작보고에서 “중국 개방의 대문을 활짝 열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흡입력 있는 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이라는 단어를 10차례나 언급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무역가능보고서’의 무역가능지수(ETI)에 따르면 중국은 종합평점 7점 만점에 4.5점으로 조사 대상국 136개국 가운데 중간 정도인 6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5.0점으로 27위였다. 중국은 시장 개방성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관세 장벽, 수입관세 면세 등으로 판단하는 국내시장 접근성에서 101위, 무역 협상을 통해 수출 대상 국가 간 관세 장벽을 개선했는지를 따지는 국외시장 접근성은 124위였다. 국내외 시장을 모두 종합한 시장 접근성은 126위다. 보고서는 “중국은 평균 관세율이 11.1%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닫힌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 점포는 이달 들어 6일까지 23개로 늘었다. 중국 내 롯데마트(99개)의 4분의 1이 영업정지 상태인 것이다. 이들 점포는 ‘소방안전 점검에서 위법사항을 지적받고 전면 정비에 나선다’는 내용의 노란색 공고문을 내걸고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방 점검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영업을 못하는 점포가 계속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롯데의 소주와 음료 상품 박스를 중장비로 짓뭉개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중국 SNS로 확산되고 있다. 중장비 앞쪽에는 “중국에서 떠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 전문 쇼핑몰 쥐메이의 최고경영자(CEO) 천어우는 자사 사이트에서 롯데를 지웠고 앞으로 롯데 제품을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SNS에 올렸다. 앞서 중국 온라인 쇼핑몰 1, 2위인 티몰과 징둥도 롯데 사이트를 아무런 설명 없이 폐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