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재판관) 후임으로 여성인 이선애(50·연수원 21기·사진) 변호사를 지명했다. 1988년 헌재 출범 이후 남성 고위 판검사가 판박이처럼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왔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인사(人事)로 풀이된다. 역대 여성 재판관은 전효숙(2003년 8월∼2006년 9월) 재판관과 이 대행 두 명뿐이다.
대법원은 6일 “양 대법원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이 대행 후임으로 이 변호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 이후 8일 만의 전격 지명이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한다. 이 대행 후임자 지명은 대법원장 몫이다.
양 대법원장은 헌재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이 변호사를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양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의 의견과 법률 지식,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소신, 봉사 자세와 도덕성 등을 철저히 심사·평가했다”며 “특히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대행 후임 지명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과 맞물리며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지난달 24일 양 대법원장이 최종변론 직후 이 대행 후임을 지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박 대통령 측이 “변론을 종결해선 안 된다”는 기류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선고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재판관 공석(空席)이라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서울 출생인 이 후보자는 숭의여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92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12년간 다양한 재판 업무를 경험했다. 2004년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하다 2006년 법복을 벗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로 일하며 2010년 법무부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2014년 1월부터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장애인·아동시설 등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시정 권고 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남편은 서울중앙지법 김현룡 부장판사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대행의 퇴임 이후에도 한동안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최선임자인 김이수 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양민철 이경원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이정미 헌재 재판관 후임 지명… ‘헌재 공석’ 헌법적 위기상황 인식 전격 지명
입력 2017-03-07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