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결과] 미용사에 “16일 오지말라” 연락… 시술 조사 필요성 열어둬

입력 2017-03-07 00:02 수정 2017-03-07 00:48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국정농단특위 청문회에서 제시된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미용시술 의혹 사진. 박영수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세월호 침몰 참사 당일 오전에도 미용시술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6일 밝혔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용시술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참사 전날(4월 15일) 사진에 없던 박 대통령 얼굴의 주삿바늘 자국이 다음날(4월 17일) 사진에서 나타났다며 미용시술 의혹 조사 필요성을 열어뒀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날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공적 프로세스(처리과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조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자문의를 지낸 정기양 연세대 교수,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씨,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를 조사했지만 이들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드나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 교수는 4월 15일 오후부터 학회 참석차 2박3일간 광주에 머물렀다. 김씨는 16일 오전 10시쯤 서울 논현동 부근에서 자동차 기름을 넣었고, 오후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자문의는 오전에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 골프를 쳤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미용시술로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기 위해 오전·오후 두 차례 머리손질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머리손질 등을 담당한 정모씨는 당일 오후 3시20분쯤 청와대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이 급하게 들어오며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40분 정도 걸리는 머리손질이 이날 20분 정도에 끝났다.

다만 박 대통령이 15일 저녁부터 16일 오전 10시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특검은 밝혔다. 2014년 4월 15일 박 대통령 얼굴 사진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없었는데 17일에는 나타났다. 특검은 사진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등에 보내 자문했지만 주사를 15일 오후에 맞았는지 16일 오전에 맞았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정씨 자매가 참사 전날 청와대에서 ‘내일(16일)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은 정황도 의문점이다. 정씨 자매는 거의 매일 오전 8시쯤부터 박 대통령 머리손질을 해 왔다. 정씨가 청와대에 가지 않은 날은 박 대통령이 미용시술을 받는 날과 자주 겹쳤다고 한다. 정씨가 청와대에 오지 말라는 사전 연락을 받은 점에 비춰볼 때 미용시술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청와대 관저 출입 내역을 확보할 수 없어 더 이상의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공식 대통령 의료진이 아닌 김씨로부터 2014년 5월∼2016년 7월 5회 보톡스 등 시술을 받은 사실은 밝혀냈다. 특검은 비선진료 사건을 놓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의 공적 의료체계가 붕괴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주사 아줌마가 2013년 3∼11월에 6∼7회, 기치료 아줌마가 2013년 3월∼2016년 9월 월평균 2회, 운동치료 왕십리 원장이 2013년 5월∼2016년 2월 수차례 박 대통령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변호인 의견서에서 2006년 당한 커터칼 테러 후유증 치료를 위해 김씨를 최순실씨로부터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