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주에 걸려 야수로 변해버린 왕자가 미녀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는 바로 그 내용. 어릴 적 우리를 설레게 했던 동화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을 거쳐 실사영화로 재탄생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실사판 ‘미녀와 야수’는 초대형 스케일을 자랑하는 뮤지컬 영화다. 스토리가 익숙한 만큼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촬영했고, CG로 살아있는 듯한 화면을 완성했다. 키포인트인 야수(댄 스티븐스)는 페이셜(얼굴) 캡처 기술을 이용해 디테일한 표정까지 구현해냈다. 말하는 촛대(이완 맥그리거)·시계(이안 맥켈런)·주전자(엠마 톰슨) 등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한땀 한땀 공들인 화면에 뮤지컬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결합됐다. 수백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서 합창하는 광경은 초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동화 속을 여행하듯 황홀한 129분이 흘러간다. 뒷맛을 더 상쾌하게 해주는 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인물 설정이다.
1756년 출간된 동명의 프랑스 동화 속 주인공 벨은 그저 마음씨가 착하고 효심이 깊은 미녀였다. 아버지 대신 야수의 성에 갇힌 채 주어진 상황에 순응했다. 그러나 디즈니가 1991년 만든 애니메이션에서는 스스로 앞날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엠마 왓슨이 연기한 2017년판 벨은 애니메이션보다 더 진취적인 여성으로 태어났다. 더 넒은 세상을 꿈꾸며, 어떤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다.
‘미녀와 야수’의 빌 콘돈 감독과 출연진은 개봉을 열흘 앞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GV에서 진행된 화상 라이브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여주인공 엠마 왓슨은 “캐스팅됐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나고 흥분됐다”며 “뮤지컬 영화 출연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걸 보여줘야 했다. 내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벨 캐릭터에 대해서는 “원작보다 용감하고 도적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점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영화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작품이 꾸준히 만들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일원이 되는 세상이 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콘돈 감독은 “‘미녀와 야수’의 핵심은 러브스토리다. 관객들이 둘의 운명적인 사랑에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벨을 사랑해 야수와 대립하는 악역 개스톤과 그의 조수 르푸를 각각 연기한 루크 에반스와 조시 게드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를 보니 ‘미녀와 야수’를 처음 봤던 12살 때로 돌아간 듯하더군요. 여러분도 일상의 걱정거리를 잊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빠져보시길.” “어느 때보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일들이 많은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2시간 동안 잡념을 잊고 즐기셨으면 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실사판 ‘미녀와 야수’ 이토록 황홀한 동심으로의 2시간
입력 2017-03-08 07:00 수정 2017-03-08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