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KBS 1TV에서 첫 방송된 다큐멘터리 ‘신라왕경 복원 프로젝트-황금기사의 성(城)’은 1154년 지중해 시칠리아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 ‘천애횡단 갈망자의 산책’을 조명하면서 시작됐다.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1100∼1166)가 만든 지도에는 동방의 작은 나라 ‘신라’가 명기돼 있었다.
이드리시는 지도를 만들면서 수많은 지리학자 의견을 취합했는데, 신라에 대한 설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금이 매우 풍부하다’ ‘밥을 먹을 때도 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한다’ 등. 당시 신라는 황금의 나라였던 것이다. 방송은 드라마 형식을 차용해 과거 신라의 융성했던 시기를 집중 조명했고, 당시 금성으로 불린 경주의 도시 계획과 건설 과정을 심도 있게 전했다.
총 4부작으로 기획된 ‘황금기사의 성’은 제작 기간만 2년이 걸리고 제작비는 8억원이나 투입된 대작이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천년고도였던 경주가 얼마나 대단한 계획도시였는지 전한다. 임금과 신하들이 절치부심해 설계도를 그리고, 바둑판처럼 도로가 정비된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 담겼다.
제작진은 첫 방송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BC 등에서는 도시 건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시도됐지만 국내에선 이제야 만들어졌다”며 “뻔하지 않은 신라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을 비롯해 아랍인들의 기록물, 최신 고고학 자료까지 반영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황금기사의 성’은 신라가 남긴 수많은 문화 유적을 다룬다. 김유신(595∼673) 장군 묘에서 시작된 첨성대와 당대 최고 규모의 사찰로 지어진 황룡사 등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해 UHD(초고화질 영상)로 선보인다. 당시 국제도시로 성장했던 경주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오는 10일 밤 10시에 전파를 탄다. 로드 다큐멘터리 형식인 3부와 4부는 제작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추후에 방영될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철저히 계획된 천년고도 금성, 드라마 형식으로 건설과정 조명
입력 2017-03-08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