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 벌인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수사의 최정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대면조사는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신과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의 이익을 위해 남용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충분하다고 봤다. 최씨와의 ‘차명 핫라인’을 통한 범행 공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 혐의는 뇌물수수와 새로운 직권남용 부분까지 추가됐다. 박 대통령 측은 “정치특검의 정치적 수사”라며 수사 결과 전체를 부정했다.
朴대통령 ‘뇌물·직권남용’ 추가
특검팀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장에서 수뢰 혐의자로 박 대통령의 역할을 명기했다.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부터 순환출자고리 해소 시 손실 완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승계 과정 전반이 ‘거래 대상’이었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박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끌어냈다는 게 특검팀이 확인한 뇌물구도다.
최씨의 사익을 위한 박 대통령의 지원은 민간과 공공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KEB하나은행 이상화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키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이권개입을 위해 추진한 유재경 미얀마대사,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 선임 과정에도 박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던’ 朴과 崔
박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너무 너무 가까운 사이”라고 촌평했다. 두 사람을 이어줬던 ‘차명 휴대전화’ 통화 조사도 이런 의심에서 시작됐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이권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이면에는 반드시 최씨의 개입이 존재했다”며 “핫라인이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최씨 차명전화(010-9420-××××)의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010-3180-××××’ 번호와 가장 통화가 잦았다. 발신지는 예외 없이 ‘청와대 관저’였고,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는 발신내역이 없는 점 등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차명전화라고 결론 내렸다. 2016년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총 573회 통화가 이뤄졌고,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9월 3일부터 10월 30일 귀국 직전까지도 127차례 통화가 있었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좌천인사 역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가까운 관계’가 원인이었다. 노 전 국장은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 논란을 감사하면서 최씨 측에 유리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좌천인사를 지시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문화·체육계 전반으로 비화된 블랙리스트 수사 결과에도 박 대통령이 최종 지시자로 등장한다. 정권의 블랙리스트 정책에 미온적이었던 문체부 간부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리스트’에 올랐다.
朴측 “불법적 짜맞추기 수사”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6일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반박자료를 냈다. 유 변호사는 “태생부터 위헌적인 특검이 황당한 소설을 썼다”며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문화·체육 발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의 당부는 했으나, 최씨 일가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문체부 실국장 부당인사에도 개입하지 않았고, 특검이 발표한 차명전화 역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현수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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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결과] 특검 “朴-최순실, 차명 핫라인 통해 국정농단”
입력 2017-03-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