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남은 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란 내 중도·개혁파가 주춤하는 사이 강경·보수파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는 5월 19일 치러지는 대선에선 애초 중도·개혁 노선을 유지해 온 하산 로하니(사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노선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이란 내 보수파의 결집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이란 개혁파의 정치적 지주였던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중도·개혁파는 더욱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구심점을 상실한 온건 진영은 그간 공들여 추진해 온 정치·경제 개혁과 문화 개방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고, 로하니 대통령 또한 정계와 종교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막강했던 후견인 없이 홀로 개혁을 이끌게 돼 두 번째 임기를 향한 행보가 더욱 험난해진 상황이다.
반면 이란 강경·보수파엔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정치적 지형도가 펼쳐진 형국이다. 트럼프가 촉발한 내부적 반미 정서와 시리아 평화협상을 둘러싼 불협화음 등 외부적 요인들이 맞물려 보수 진영에 정치적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강경보수 반서방 정권을 이끌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이란 소문까지 한때 나돌았지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아마디네자드가 직접 정계에 복귀하기보다 측근을 선거전에 내보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가 최근 트럼프에게 항의서한을 보내고 한때 자신이 금지시켰던 SNS에 본인 계정을 만든 것 등도 이란 보수 진영의 대선 행보를 내다본 포석으로 보인다.
77세로 고령인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검찰총장 출신의 보수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와 아야톨라 하셰미 샤루디 전 최고법원장, 사데크 라리자니 현 최고법원장과 같은 보수 원리주의 성향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도 대선 정국의 흐름과 궤적을 같이한다.
대선을 앞둔 이란의 정치 지형은 북한 핵무기 포기 협상과 전략에 시금석이 될 수 있기에 한국에도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동의 핵물질 보유국 이란은 로하니 재임기간인 2015년 7월 미국과 극적으로 핵협상 합의안(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타결했고, 이는 곧바로 양국의 관계개선으로 이어져 핵개발과 관련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 제재를 해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북한과도 군사기술을 공유했던 이란이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이란 제재를 예고했고, 이란은 이를 핵 합의 파기로 간주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현재 상황은 과거로 회귀한 모양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트럼프 덕에… 이란 대선 강경보수 ‘꿈틀’
입력 2017-03-06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