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연속 발사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힘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위협 차원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론 등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한·미 연합훈련 개시 이후 한·미 양국에 대한 위협을 지속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을 방어하는 966대연합부대를 찾아 ‘싸움 준비’를 지시한 데 이어 총참모부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잇따라 “초강경 대응 조치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한군은 동계훈련 도중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존 미사일을 (자신들의) 동계훈련 겸 한·미 연합훈련 맞대응 차원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커드나 노동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로 도발수위를 정한 것을 미뤄보면 훈련기간 중 추가 도발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길성 외무성 부상의 방중 등 중국과 다시 거리를 좁힌 상황에서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저강도 도발 수단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훈련 내용에 따라 도발 수위와 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참수작전 등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훈련 내용 등이 알려질 경우 강도를 더 높여 추가 도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 이후 국제사회의 외교적·군사적 압박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속내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가 강경 일변도로 대북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도 맞대응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남 암살 이후 체제 내부의 동요를 막아보자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두혈통인 김정남 암살이 북한 내부에 전파되고 국제사회에서도 비난 여론이 고조됐지만 이와 상관없이 핵·미사일 개발과 발사를 지속해 김정은 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北, 韓·美 연합훈련에 맞대응 ‘도발’
입력 2017-03-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