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으로 움츠렸던 부동산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바람을 타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 중대형 건설사가 수주 전쟁에 뛰어들면서 지난해에 이어 ‘재건축·재개발 붐’이 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는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다. 지난달 28일 마감한 시공사 입찰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올 들어 대형 건설사 간 3파전이 펼쳐지는 건 처음이다. 공사비는 총 4000억원에 달한다.
과천1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 당초 시공사였던 포스코건설이 설계 변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1981년 준공된 과천1단지는 강남과 가깝고, 주거 환경이 쾌적해 분양 전부터 인기를 모았다. 또 과천은 강남 못지않게 재건축 투자 수요가 높고 10여년간 신규 공급이 거의 없어 실수요도 풍부하다.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는 각사가 보유한 고급 브랜드를 과천주공1단지에 적용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선보인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고급 단지에 적용하는 자사의 ‘써밋’ 브랜드를 접목시킨다는 전략이다. GS건설은 2015년과 지난해 총 10조원 이상의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한 ‘재건축 명가’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조합은 오는 26일 최종 시공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첫 강남권 정비사업인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도 관심이다. 대치2지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977번지 일대 1만4594㎡ 규모의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중흥건설 등 3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대치동 977번지 일대의 단독주택 사업지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아파트 268가구를 짓는 게 골자다. 300여 가구도 되지 않는 규모지만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게 강점이다.
대림산업은 최근 1년 사이 인근 대치2단지 리모델링과 대치구마을3지구, 방배6구역, 신반포7차 재건축 등에서 7500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브랜드 인지도를 조합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사비로 가구당 1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식의 조건을 앞세워 반격하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대치2지구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대전 등 총 6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사를 정하는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아닌 연초에 시공사 선정총회가 몰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비사업 덕분에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는 기대감이 높다. 2018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서울의 각 재건축단지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3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7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서초구 통합재건축(반포동 한신3차 등),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이 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재건축 낭보가 이어지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형국”이라며 “건설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 수요자의 관심도 커지면 11·3 대책 이전처럼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재개발·재건축 바람 타고 부동산 시장 다시 꿈틀
입력 2017-03-0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