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4강→ 2회 준우승→ 3회 예선탈락→ 4회? 태극전사 새로운 신화를 꿈꾼다

입력 2017-03-06 21:27 수정 2017-03-06 21:28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던 박찬호(왼쪽)와 이승엽. 뉴시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전을 시작으로 예선라운드에 돌입했다. 역대 WBC에서 한국은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제 한국은 또다른 신화를 쓰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2006년 제1회 대회는 한국 야구를 전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예선라운드에서 대만과 중국을 차례로 격파한 뒤 숙적 일본을 만났다. 1-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 ‘국민타자’ 이승엽이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2라운드에서도 한국은 멕시코를 누른 후 세계 최강 미국마저 7대 3으로 대파했다.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 또다시 2대 1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0-0으로 맞선 8회 1사 2, 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달리던 주장 이종범의 모습은 WBC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미국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것도 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러나 대회의 이상한 규정 탓에 한국은 4강전에서 일본과 다시 만났다. 결국 0대 6으로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세계 최강 실력을 입증한 선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은 대단했다. 이에 정부는 대회 직후 논란 속에서도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김태균, 최희섭, 배영수, 오승환 등 11명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2009년 제2회 대회에서 1라운드를 1위로 통과한 한국은 2라운드에서 일본을 4대 1로 꺾었다. 봉중근이 일본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해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도중 1루주자 스즈키 이치로를 꽁꽁 묶어 진땀을 흘리게 하는 장면을 보고 팬들은 그에게 ‘의사 봉중근’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0대 2로 완파하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한국은 결승전에서 일본에 3대 5로 패했다. 연장 10회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결승 적시타를 맞는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결승 진출로 한국 프로야구는 황금기를 맞았다. 그해 관중 593만명을 동원하며 1995년 이후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14년 만에 갈아 치웠다. 1, 2회 WBC를 지휘하며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김인식 감독은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2013년 제3회 대회는 아픔의 역사다. 4강 이상의 성적을 꿈꿨지만 네덜란드를 과소평가했다. 복병 네덜란드에 0대 5로 참패를 당하면서 2라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 상대 전력 분석 실패, 코칭스태프의 미숙한 경기 운영 등이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제 한국은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1, 2회 대회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메이저리거 등 해외파들이 대거 빠져 역대 최약체라고 불리고 있지만 대표팀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국민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매 경기 결승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7일 한국과 맞붙는 네덜란드의 선발은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로 결정됐다.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큰 무대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