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자살 예방’은 삶 소망 주는 교회가 해야

입력 2017-03-07 00:10
일러스트=이영은

‘고통 없이 죽는 법, 100% 확실한 자살.’ 이 섬뜩한 문구가 지난해 말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습니다. 송모(55)씨와 이모(38)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사업실패와 채무문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5명이 이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연락을 취한 이들에게 가스통과 신경안정제 등으로 구성된 일명 ‘자살세트’를 100만원에 판매하거나 장기 임차한 충남 태안의 한 펜션에 구비한 뒤 찾아오게 했습니다. 다행히 미수에 그쳐 실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고 두 사람은 모두 구속됐습니다. 그러나 자살상품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사회의 생명경시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단체가 오랜 기간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 당 자살은 28.7명으로 2위인 일본의 18.7명과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자살예방을 위해선 제도에 앞서 생명의 가치를 알리고 삶의 소망을 심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 일은 크리스천들이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생명을 중시합니다. 교회와 신학자들은 자살을 가장 심한 죄로 간주해왔습니다. 신국원 총신대 교수는 “자살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살 소망을 주시려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극한의 생활고로 절망에 빠져 자살을 탈출구 삼는 이들에게 신학적 원칙만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자살하려는 사람은 죽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도 갖고 있다”며 “크리스천들이 바로 이들의 살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가족 친구 동료 등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로 인해 자살 징후를 보이고 있는지까지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살은 나와 무관한 단어라고 여기십니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들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주변의 누군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