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간 설전도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TV에서 진행한 대선 주자 2차 합동토론회에서는 가시돋친 말들이 오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기득권 대연정 아니냐”고 몰아붙였고,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이 안정감을 말하는 게 뜻밖”이라고 맞받아쳤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 시장에게 “동지 간 예의를 지키라”고 훈수를 뒀다.
이 시장은 작심한 듯 문 전 대표 공격에 ‘올인’했다. 대선 1차 관문인 경선이 민주당 지지층 중심으로 치러지는 만큼 외연 확장에 치중하는 안 지사보다 확고한 당내 지지기반을 갖춘 문 전 대표 공략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무능한 상속자의 시대가 아닌 유능한 개척자의 시대를 열겠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직접 지칭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기반으로 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간 감정싸움은 주도권 토론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 시장이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문 전 대표를 돕는 인사들을 ‘경제 기득권자’로 규정하며 “경제 기득권자와 재벌, 사회적 기득권자들이 문 전 대표 주변에 몰리고 있다. 일종의 기득권 대연정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문 전 대표 주변의 ‘매머드 지원조직’이 사실상 기득권 그룹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법인세 인상에 소극적이라며, 대기업준조세 금지법 제정은 기업의 법정부담금 폐지 아니냐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A를 물어보면 A를 답하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문 전 대표도 적극 방어했다. 문 전 대표는 기업의 법정부담금 관련 공세에 “이 시장 질문에 유감스럽다”며 “법정부담금을 폐지한다고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이 시장이 문제제기한 캠프 인사의 ‘삼성 출신설’도 사실무근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이 답변권을 보장하지 않자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회자에게 발언권을 요구했고 “답변을 들으셔야죠”라며 언성을 높였다. 감정싸움이 격해지자 안 지사가 “상대를 친재벌로 몰아붙이는 것은 우정과 신뢰를 깎는다. 동지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며 이 시장 태도를 비판했다.
대선 주자들은 사드(THAAD) 배치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문 전 대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 공론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이 시장은 “정치 지도자의 태도가 애매하기 때문에 중국이 압박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보복 및 미국의 사드 조기배치 중단’이라는 공동입장을 내자고 제안했다. 안 지사는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문 전 대표) 표현도 애매하고, 사드 문제를 한·미동맹의 중국 봉쇄라고 단언하는 (이 시장 태도도) 외통수가 될 수 있다”며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여소야대인 차기 정부 초반 국정운영 방법론에 대한 시각차도 여전했다. 문 전 대표는 보수 정당과의 연정에는 확실히 선을 그으며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통한 협치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대연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 시장은 ‘야권연합정부’ 구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승욱 정건희 기자 applesu@kmib.co.kr
“기득권 대연정 아니냐”… 이재명, 작심하고 문재인만 때렸다
입력 2017-03-07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