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상현실 시장 기대치 과했나

입력 2017-03-07 00:03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했던 가상현실(VR)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PC를 기반으로 한 VR 기기(HMD)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한정된 콘텐츠와 비싼 가격, 불편한 착용감이 VR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와 콘솔 게임기 기반의 VR 기기는 예상 판매량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솔 기반의 플레이스테이션 VR 기기는 올해 26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판매량은 74만5000대에 그쳤다.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 역시 예상보다 판매량이 저조했다. 지난해 66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던 PC 기반 VR 기기는 77만5000대가 팔렸다.

VR 시장의 부진은 콘텐츠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싼 돈을 들여 새로운 기기를 살 만큼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게임 위주의 콘텐츠가 각광을 받았지만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게임 외에 다른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VR 기기 판매가 부진하자 대형 콘텐츠 업체들도 VR 시장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VR 기기가 ‘신기한 경험’을 제공할 뿐 일상에서 쓰고 싶은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하는 데다 무거운 기기를 머리에 착용해야 하고 어지러워 멀미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VR 영상이 시선의 속도와 차이가 나면 이용자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PC 기반의 VR은 선을 연결해야 해 이동에 제약이 있다는 불편함도 있다.

비싼 가격도 VR 시장의 성장을 막는 요인이다. HTC 바이브는 799달러(약 90만원), 오큘러스 리프트는 598달러(약 70만원), 플레이스테이션 VR은 399달러(약 45만원)다. 리프트는 지난 1일 기준으로 100달러가 인하된 가격이다. 오큘러스는 가격 인하에 대해 “더 많은 제품을 빨리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PC 기반의 VR 기기는 고사양 PC가 필요하고, 플레이스테이션 VR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 가격은 이보다 더 높다.

다만 게임용 VR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0년 VR 시장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게임업체 밸브와 손잡고 PC 기반의 V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에서는 시제품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VR 시장이 기대한 만큼 성장을 못하고 있지만 게임용 VR은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며 “게임용 콘텐츠도 다양하게 공급되고 있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