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님비’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입력 2017-03-07 00:04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다. 1987년 3월 미국 뉴욕 근교의 아이슬립이라는 도시는 배출된 쓰레기를 버릴 장소를 찾아 6개월 동안 6개주, 3개국을 물색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매립장을 찾지 못해 아이슬립으로 되돌아왔다. 그때 생긴 단어가 님비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의미로 ‘공공성 있는 시설이라도 우리 지역에는 허용할 수 없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설명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님비현상 중에는 도덕적인 가치로 볼 때 지지받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자녀들에게 해를 끼치는 유흥업소나 사행성도박장 건립 등을 반대하는 행위다. 그러나 혐오시설로 구분돼서는 안 되는 공공시설을 단지 꺼림칙하다거나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에선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건립이 대표적 사례다. 몇 년 전 발달장애학생의 부모들이 장애인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 꿇고 호소하던 사진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해 님비현상의 대상이 되는 시설 유치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시설을 막아내야 좋은 지도자로 여긴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나 공원 부지 내의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에 반대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어린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린이집은 종종 기피시설로 간주된다. 선진국들이 공원 부지를 활용해 도시의 필요에 따른 개발 정책을 펴고 있는 흐름과 정반대다. 해맑은 어린이들이 교육받는 시설까지 반대하는 것은 극단적 님비현상이다.

교회의 사명과 기독교적 가치는 님비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회 내부의 님비현상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때때로 교회공동체의 결정이 공동체이기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세상을 위한 교회가 아닌 교회를 위한 세상이 되는 셈이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려면 이기적 공동체가 아닌 소금 같은 촉매제로 녹아들어야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산마루교회(이주연 목사)는 교회를 찾는 노숙인들로 인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적이 있다. 기존 성도들 중 일부가 노숙인을 계속 받으면 교회를 떠나겠다고 한 것이다. 노숙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성도들이 떠나지 않을 것이고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이주연 목사는 노숙인들을 계속 품기로 결정했고 반대하던 성도들은 교회를 떠났다. 교회는 이 결정으로 성도들 내부에서 발생한 님비를 극복했다. 교회마저 세상의 님비현상에 휩쓸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단기간의 교회성장은 멈추었을지 몰라도 하나님나라는 크게 성장했다.

산마루교회는 이뿐 아니라 노숙인을 위한 목욕탕과 세탁시설 건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앞으로 이들 시설을 세울 때, 더 큰 님비와 싸워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매우 가치 있고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다.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고 이 나라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공공기관이나 다른 자선단체보다 더 먼저 품어야 할 대상은 세 부류라고 생각한다. 200만명이 넘는 이주민 그리고 장애인과 노숙인들이다.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나 복지시설이 님비현상으로 배척당할 때 교회는 앞서서 이들을 품고 사랑해야 한다. 마지막 때에 다시 오실 예수님은 이들의 모습으로 이미 와 계신다.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는 말씀을 기억하자. 한국교회가 각 지역에 있는 이주민 장애인 노숙인들을 사랑할 때 하나님나라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사회는 교회를 본받게 되고 대한민국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