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리포트-안희정] 9조 투입 ‘3農 혁신’… 농가 빚은 늘었다

입력 2017-03-07 00:00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달 6일 충남 예산군 충남도의회 청사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충남지사의 7년 도정은 ‘성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최우선 도정 과제로 삼았던 ‘3농(농어민·농어업·농어촌) 혁신’ 사업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데, 대체로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황해경제자유구역, 백제관광단지, 당진·평택항 매립지 도계분쟁 추진 과정에선 행정력 부족 비판이 불거졌다. 국민일보가 6일 충남도의회 의원 40명(자유한국당 27명, 더불어민주당 11명, 무소속 2명)을 상대로 안 지사 도정에 대해 설문한 결과다.

성과 논란 직면한 ‘3농 혁신’

안 지사는 ‘민간 주도의 농정’을 통해 농어촌사회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3농 사업을 시작했다. 1기(2011∼2014년) 때 4조3090억원을 쏟아 부었고, 2기(2015∼2018년) 예산도 5조789억원을 책정했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 지역순환 식품체계 구축, 희망마을 만들기 등이 1기 과제다.

그러나 도의원 14명은 ‘가장 실패한 사업’으로 3농 혁신을 꼽았다. 주로 여당 의원이었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한 도의원은 “도정 트레이드마크인데 그 예산을 투자하고도 농촌의 현실은 7년 전보다 좋아진 게 없다”며 “중요한 건 결국 농가소득인데 빚은 늘고 수입은 줄었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7년이나 했는데 결과가 이 정도면 실적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충남도 농가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2010년 3322만원에서 2015년 3471만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전국 9개 도 중 7위에 그쳤다. 안 지사 취임 전 4위였지만 최근 3년간은 계속 7위를 기록했다. 거꾸로 농가당 부채는 2010년 2407만원에서 2014년 2687만원으로 늘었다.

사업 과제 진척도 저조하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 생산량(저농약농산물 제외)은 2016년 5만634t으로 2013년 6만8966t 때보다 감소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과 농가 수 역시 같은 기간 각각 7915㏊에서 6100㏊로, 6170호에서 4976호로 줄었다. 다만 로컬푸드 직매장은 35곳으로 확충돼 매출액이 증가 추세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큰 방향은 맞지만 사실 도지사 권한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반론을 내놨다. 농어민 중심의 정책 시스템 구축에 진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신운동으로서의 3농 혁신은 성과가 충분히 났다고 본다”고 했다.

물거품 된 황해경제자유구역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는 100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도 성과 없이 무산돼 안 지사의 행정력 부족 논란을 초래한 주요 사례로 지목됐다.

사업 실패 과정에서 외자유치 실패, 허위 서류 제출, 사업자 검증 부실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안 지사가 주민들의 반대를 뚫고 강행했다가 무산된 사업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안 지사는 자신의 저서 ‘콜라보네이션’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 경색’ 등 외부 요인을 실패 원인으로 돌렸다. 그러나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애초 타당성이 낮았는데 안 지사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다 행정력만 낭비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 취임 당시인 2010년 애초 사업자인 당진테크노폴리스 대주주 한화그룹이 자금난을 이유로 사업 포기를 결정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안 지사는 “1∼2년 해보고 사업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안 지사가 예비사업자로 승인해줬던 세계화상발전기금이 투자확약서를 위조해 제출한 사실이 주민들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충남도는 해당 기업이 사업자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10여 차례나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1년6개월가량 끌려 다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의회는 “사업자의 허위 서류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사기꾼에게 놀아난 행정으로 104억원의 예산을 날렸고, 사업 실패에 따른 주민들 지원대책비로 1939억원이라는 도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감사원 지적도 2년 가까이 해결 못해

충남도는 현재 도내 문화시설인 백제문화단지 위탁운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남도는 2008년 롯데와 문화단지 조성 협약을 맺으면서 “2010년 시설이 완공되면 2년간 공동 관리하고 이후 롯데가 위탁운영한다”고 계약했다. 하지만 롯데는 운영 적자가 예상되자 위탁을 맡지 않았다. 결국 충남도가 직접 운영에 나서면서 롯데의 운영손실금 39억원까지 떠안게 됐고 2015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위탁운영 관련 협상은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사 등 롯데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당진·평택항 매립지 분쟁 대응 역시 안 지사의 약점으로 꼽힌다. 당진 관할이던 매립지 71%를 경기도에 내주자 도의원들은 “방심하다 허를 찔렸다” “방관만 하다 자존심을 빼앗겼다” 등의 비판을 내놨다.

특별취재팀=전웅빈 문동성(정치부) 김판 양민철 임주언(사회부)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