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트럼프의 도청 주장 사실 아니다”

입력 2017-03-07 00:02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워싱턴국립미술관을 방문한 뒤 쇼핑백을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의혹 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퇴임 이후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관에는 부인 미셸 여사도 동행했다.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고 보도한 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클린턴도 공무를 개인 이메일로 처리했다는 의혹으로 발목이 잡혔었다. 승객이 촬영해 SNS에 띄웠다. 트위터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도청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미 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제기한 도청 의혹은 사실무근이 된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이 당선인 시절일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전화를 도청당했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코미 국장은 지난 4일 법무부에 트럼프의 주장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제프 세션스 장관이 FBI 수사에 관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상황이라는 이유 등으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수사를 지휘하면서 트럼프의 당선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은 코미 국장이 트럼프에게 반기를 든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의 전략적 판단미스를 막기 위한 충정일까.

트럼프의 전화를 도청한 기관이 있다면 FBI가 유력하다. FBI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의 전화를 도청하다가 마이클 플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제재 문제를 협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플린은 트럼프가 취임한 지 24일 만에 낙마했다.

만일 FBI가 법원의 비밀영장을 받고 트럼프의 전화를 도청했다면 FBI가 트럼프에게 러시아와 내통한 상당한 혐의를 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전화 도청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FBI가 영장을 받지 않고 도청했다면 이는 FBI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FBI로서는 보통 부담이 아니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의 도청 주장이 아무런 정치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정보기관의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NBC방송의 ‘밋더프레스’에 출연해 “내가 아는 한 불법이든 합법이든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어떤 전화 도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 의회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지시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연일 이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비화시켰다.

이에 공화당 소속인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 당선인 전화도청 지시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