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72·사진) 삼성미술관 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삼성미술관 리움 및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사퇴한다고 6일 밝혔다.
삼성미술관 관계자는 “사퇴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 후임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당분간 (홍 관장의 여동생인) 홍라영 총괄 부관장과 이준 부관장 협의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퇴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중심에 선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으면서 내놓은 혁신 조치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사장단 회의 폐지 등 수습책을 내놓았다. 홍 관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가 터졌을 때도 리움 및 호암미술관 관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고 3년 만인 2011년 3월 복귀한 바 있다.
현대미술 컬렉션에 큰 관심을 보였던 홍 관장의 사퇴와 함께 삼성의 미술 후원이 크게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미술 전시를 주로 열어온 삼성미술관 플라토가 지난해 8월 문을 닫은 이후 대체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플라토 책임자인 안소연 부관장도 지난 연말 퇴사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자다. 미전실 해체, 전경련 탈퇴 등은 평소 지론이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현실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은 제조와 마케팅 등 본연의 업무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 미술, 공연 등 문화 사업을 통한 이미지 제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으로 시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용인에 세운 호암미술관 관장직에 1995년 1월 취임했다.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을 맡아 국내 미술계 영향력 1위 인물로 매년 선정되다시피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동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삼성의 혁신조치 연장선?… 홍라희, ‘리움’ 관장직 사퇴
입력 2017-03-06 18:27 수정 2017-03-06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