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드론 운용기술 앞세운 3D 영상지도로 날다

입력 2017-03-07 18:36
㈜공간정보 김석구(오른쪽)대표가 광주 월산동의 본사 작업실에서 회전익 드론의 운용기법과 컴퓨터 편집 작업(아래사진)에 관해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드론 전문가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7년 전부터 드론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3D입체영상과 지도를 보급해왔다. 광주=곽경근 선임기자
김석구 대표
광주광역시 월산동에 있는 ㈜공간정보는 무인비행체인 드론을 활용해 3차원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강소기업이다. 2001년 창업한 이 회사는 창립 초기 측량장비를 판매하거나 관련 용역을 단순 제공하는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드론 운용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3D 영상지도를 제작하고 국가적 지리정보(GIS)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활용하는 데 주력해 발군의 실력을 쌓았다. 그 결과 2012년 국토지리정보원에 처음 드론을 납품한 이후 현재 서울시, 전남도 등 지자체와 조달청,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00여개 공공기관·기업과 함께 드론 시스템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

단순 측량에서 첨단 드론으로 승부수

㈜공간정보는 각종 지리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3D 영상제작과 입체지도의 향후 부가가치에 주목했다. 드론을 상공에 띄워 정확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인식할 수 있는 지형정보를 함축해 담는 작업에 집중한 것이다.

도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식별이 가능한 입체 지형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는 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당시로는 생소한 이 분야 진출과 초기 개척은 자갈밭이나 다름없었다. 수천만 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한 드론이 바다로 추락해 건지지 못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지방에 위치한 지리적 한계도 발목을 잡았다.

숱한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공간정보는 드론 매핑시스템과 드론 원격탐사 등 뛰어난 기술력으로 돌파해왔다.

한국ICT융합협동조합 김창식 이사장은 7일 “㈜공간정보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넘보기 힘든 무인항공장치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독보적 기술력을 닦아온 혁신기업”이라며 “다년간 측량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첨단 솔루션과 활용기법을 개발해 드론 분야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저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해외진출 청사진

국내 지형은 넓은 평야보다는 험준한 산악지대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많아 측량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 측량장비를 든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많다.

하지만 이 회사의 드론 주력상품인 ‘eBee’는 난접근 지역을 짧은 시간에 항공 촬영해 순식간에 디지털 자료화한다. 컴퓨터로 전송된 해당 자료는 금세 실감나는 3차원 영상지형도로 변환돼 손에 잡힐 듯한 지형정보를 제공한다.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 출신 영재들이 설립한 센스플라이(SensFly)로부터 원천 기술을 수입한 이 회사의 드론과 운용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이 그동안 불리한 국내 지리 여건 속에서 익힌 eBee 드론 운용 능력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가히 독보적이다. eBee는 독수리 모양의 고정익 기체에 카메라와 배터리를 장착해도 총 중량이 700g밖에 되지 않는 초경량이다. 추락 등 만일의 안전사고에도 인명피해 등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최대 1시간의 비행시간과 더불어 1회 비행에 최대 200만㎡ 광활한 지역을 촘촘히 촬영할 수 있다.

김현진(37) RS사업부장은 “댐과 교량은 물론 건축물과 문화재 등의 안전·사후 관리부터 도시개발·농업·운송·재난·환경 등 드론 응용분야는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넓다”며 “특정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하루 중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햇빛을 볼 수 있는 지 분석도 가능해 일조권·조망권 분쟁도 해결해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eBee RTK형은 당일 제작 납품하는 3D영상지도의 수평수직 정확도가 3㎝에 달할만큼 정밀한 사진촬영을 한다. 여기에 최근 회전익RTK 무인비행시스템에 ‘수직자동이착륙’과 ‘무진동 짐벌(나침반·크로노미터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장치) 시스템’을 적용한 드론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위치·각도에 구애받지 않고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20㎏ 무게 범위에서 레이더와 열화상센서 등 첨단 장비를 장착해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영상촬영 비용은 기존 항공촬영의 10분 1에 불과하다.

20여명의 직원들로 똘똘 뭉친 ㈜공간정보는 많은 경험을 축적해 만든 드론 솔루션과 건축물 3차원 모델링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토지정보구축사업 등에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공간정보는 저비용 고품질의 데이터 구축사업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듀심(DUCIM) 프로젝트’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GS건설과 계약을 마치고 첫 발을 뗀 듀심은 종합적 건설 공정관리 체계다. 세계 각국의 건설현장에서 가동 중인 불도저와 포크레인 등 중장비 골절 곳곳에 부착된 센서가 드론과 맞물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면 공사감독 또는 감리자 역할을 24시간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가상의 도시를 입체영상 속에 먼저 투영해 정책입안자들이 도시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국가경쟁력 향상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공간정보는 미개척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현재 드론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한 국내·외 농작물의 생육DB 구축과 농업컨설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드론은 고가의 센서 장비를 부착하는 조립식 비행체로 사전 입력한 비행계획과 개발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비행을 한다. 시시각각 항공촬영을 통해 얻은 농작물 생육정보를 정밀 분석하고 빅데이터 등 통계자료를 더해 경작농민이 비료를 언제 얼마만큼 살포해야 적절한지 또는 최적의 수확시기를 과학적으로 판단해준다.

드론을 활용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농업서비스는 국가 경쟁력의 모태가 된다. 농민들은 도시에 주거하더라도 자신이 경작 중인 농경지 상태를 며칠에 한 번씩 3차원 영상을 통해 상세히 제공받고 생육현황을 평가해 효율적 영농을 할 수 있다.

해외시장은 건설현장뿐 아니라 지도제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아프리카 대륙이 주된 공략대상이다. 나윤철(41) 시스템사업부장은 “새로운 기술이 오랜 경험을 대체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드론과 3차원 영상정보의 오차범위는 2∼3%도 되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고 자신했다.

◆김석구 대표 “드론, AI·IoT 등과 결합하면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해… 드론 기반의 측량 등 플랫폼 국내외에 서비스하는 게 목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가상현실(AR·VR)과 드론이 결합하면 무한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입니다. 드론을 기반으로 측량·재난·건설 관리 플랫폼을 국내·외에 서비스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공간정보 김석구(51·사진) 대표는 7일 “드론을 단순히 제작·판매하는 회사는 대부분 문을 닫은 게 업계의 현실”이라며 “하드웨어보다는 최신 소프트웨어 개발에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을 농업·건설·산업 현장 등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 해안에서 잦은 태풍피해 등을 신속히 조사하고 해마다 침식 중인 해안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드론이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지만 제도는 제때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행정력과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지름길이 있다”며 “평면적 발상에서 벗어나 입체적 사고를 해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무인기가 수년전 38선을 넘어왔을 때 드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유재산 관리에 드론을 의무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김 대표는 “국유재산의 경우 1000조원 대에 이를 만큼 전 국토에 걸쳐 방대하게 퍼져있는데도 실태파악과 사후관리는 의외로 소홀하다”며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1대가 공무원 10명 이상의 몫을 너끈히 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인비행시스템을 이용한 3차원 공간정보 구축 및 활용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201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연매출 수조원대의 거대 기업이 합병하자고 솔깃한 제안을 해온 것을 완곡히 거절했다”며 “드론은 가장 유용한 도구일 뿐 최종 종착역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기능의 융·복합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