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현대판 발람

입력 2017-03-07 00:00

미국의 서정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하며 인생의 선택을 길에 비유했습니다. 우리는 죄성과 욕심으로 인해 불행히도 걸어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곤 합니다.

민수기 22장에 그런 인물이 등장합니다. 모압의 왕 발락이 모압 평지에 진을 친 이스라엘 백성을 두려워해 미디안의 복술가를 초청합니다. 그는 용하기로 소문난 브올의 아들 발람이었습니다. 발락 왕이 보낸 장로들이 복채를 갖고 발람을 찾아가 이스라엘을 저주하라는 왕의 말을 전했습니다. 하나님은 발람에게 “너는 그들과 함께 가지도 말고 그 백성을 저주하지도 말라. 그들은 복 받은 자들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발람은 이 말씀을 전하며 가기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발락 왕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묻지 않아도 될, 당연한 것을 물었기 때문입니다.

발락은 더 높은 고관들을 보내 발람을 높이며 무엇이든 하겠으니 자신을 위해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라고 했습니다. 발람은 또 마음이 동해 하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발락 왕의 제안을 거절하기 싫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높은 대접과 인정, 뇌물과 높은 직위를 좋아해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발람은 왕의 제안에 흔들렸습니다. 결국 못이기는 척 응했습니다.

발람이 나귀를 타고 출발하려 하자 하나님의 사자가 칼을 들고 길을 막아섰습니다. 이를 본 나귀가 피하려 갈팡질팡하자 발람은 나귀를 채찍질했습니다. 이때 하나님의 사자가 “너는 어찌하여 네 나귀를 이같이 세 번 때렸느냐. 보라. 내 앞에서 네 길이 사악하므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나귀가 만일 돌이켜 나를 피하지 아니하였더면 매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나귀의 입을 열어 발람의 어리석은 선택과 행동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 사건 후 발람은 발락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예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발람은 이후 발락이 주는 물질에 눈이 어두워져 이스라엘을 유혹해 음행과 우상숭배에 빠지게 했습니다. 성경에선 발람을 표면과 이면이 다른 거짓 선지자로 낙인 찍고 있습니다(계 2:14, 벧후 2:15∼16, 유 1:11).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자기 뜻대로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줬습니다. 죄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 2만4000명이 염병으로 죽었고, 발람도 결국 이스라엘 군대에 사로잡혀 죽음을 당했습니다.

다행히도 그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땅 위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심으로 그의 사랑을 확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이 세상이 어두운 것과 썩은 것은 당연한 길을 가지 않는 발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뇌물 좋아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지위 남용하는 사람, 국민보다 자기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현대판 발람입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이선이 목사(아태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