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서해안 외딴섬에 한 명의 아이를 위해 11년 만에 다시 학교 문을 연 사연이 지역주민과 교육계의 감동 사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보령시 대천항에서 20㎞가량 떨어진 섬마을 오천면 녹도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순회교육 학습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입학식이 있었다.
학생 수 감소로 지난 2006년 청파초등학교 녹도분교가 폐쇄된 지 11년 만에 유일한 초등학교 입학생 류찬희(8)군을 위해 다시 문을 연 것이다. 폐교됐던 지역에서 학교 교육이 재개된 것은 전국 최초다.
류군은 전도사인 아버지 류근필씨를 따라 지난해 녹도로 왔다. 그러나 섬에 학교가 없어 옆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에 진학할 경우 류군은 매일 왕복 40분가량 통학선을 타고 다니거나 하숙을 해야만 한다. 이에 류군 아버지는 충남교육청에 ‘가족은 함께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 달라’고 요구했다. 마을 주민들도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섬의 미래를 위해 힘을 실었다.
교육청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평등한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녹도 순회교육 학습장 설치와 교사 한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학습장 설치가 확정되자 류군과 부모는 크게 기뻐했다.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엄마 원지희(39)씨도 “아이를 멀리 떠나보내지 않게 돼 기쁘다”며 “찬희를 할머니 집에 보내도 걱정이고, 통학선을 태워 학교에 보낸 뒤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유도 분위기에서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충남교육청은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령=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학생 1명 위해… 11년 만에 문 연 섬마을 학교
입력 2017-03-05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