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54)씨는 이화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내내 그녀를 흔든 건 화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미술대학 정규 과정도 기웃거려봤지만 운이 닿지는 않았다. 30여년 줄기차게 그림을 그려온 보람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아트페어에도 나갔다. 마침내 생애 첫 개인전도 갖게 됐다. 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여는 ‘감각의 정원에 초대된 의자들’전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작가스튜디오 입주 작가 13명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2명에게 열어주는 ‘선정 작가 기획 초대전’이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작가스튜디오는 미술 전공자는 물론 아카데미를 수강한 아마추어 모두에 문호를 개방하고 매년 13명을 선정한다. 이곳에는 국내 유수 대학 미술 전공자나 쟁쟁한 유학파도 입주해 있다. 배 작가는 이들을 제치고 최종 2인에 뽑혔다. 미술 독학 30여년 만에 작가로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딛는 자리이다.
배 작가가 전시장 가득 내놓은 소재는 의자다. 바로크식 유려한 선율의 철제 의자에서부터 볼륨감 있는 의자까지 다양하다. 표현 방식도 다채로워 긋고 뿌리고 찍어내며 덧칠한다. 여기에 화려한 색채까지 합세해 본능과 자유의 충동을 따르는 한바탕 축제를 보는 듯하다. 배 작가는 “그리는 내내 행복했다. 내가 느낀 기쁨을 관람객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의자는 작가의 마음이 오버랩 된 초상화로 읽힌다”면서 “자신이 살아온 기억의 고통에 대한 역설의 기쁨”이라고 해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배수경, 30여년 만에 첫 개인전
입력 2017-03-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