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위에 막히자 靑에 직접 부탁

입력 2017-03-06 00:00
90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5일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이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필요한 민원이 금융 당국에 막히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청탁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됐다. 삼성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삼성이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출신의 미래전략실 임원을 통해 이 부회장 일가의 금융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비밀리에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해 2월 15일 박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도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가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다음 날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한 달가량 검토를 한 끝에 삼성에 제출한 계획을 그대로 승인해 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삼성이 금융 당국에 제기한 민원이 벽에 부딪히자 청와대를 상대로 직접 청탁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안종범(58·구속 기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서 ‘금융지주회사-Global 금융-은산분리’라는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성공한 뒤에도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연착륙 및 그룹 현안 해결을 위해 청와대와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박 대통령 독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대통령은 이 사안 역시 안 전 수석에게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적자기업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해 11월 상장에 성공했다. 독대 한 달 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기준 완화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

삼성 측은 뇌물 혐의로 이어지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 측은 “금융지주사와 관련해 지난해 초 실무 차원에서 금융위에 질의했으나 철회했다”며 “대통령에게 청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역시 “금융위 등으로부터 도움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상장으로 인한 혜택은 없었다”고 맞받아치고 나서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 5명의 재판 절차는 올해 신설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오는 9일부터 시작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