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 지고 쥐페 뜨고… 또 판 뒤집어지는 佛 대선

입력 2017-03-06 05:02

프랑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돌발변수가 속출해 판세는 도통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제1야당 공화당의 후보 교체론이 급부상했다.

그동안 대타 출전을 거부해 온 공화당의 알랭 쥐페(72) 전 총리가 입장을 바꿔 출마 의사를 밝혔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에 따르면 쥐페 전 총리는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스스로 하차하고 캠프가 뭉쳐서 내 뒤에 선다면 (출마를) 거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온건 우파 성향의 쥐페는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서 피용에게 졌지만 화려한 이력의 중량급 정치인이다. 외무장관과 국방장관, 총리를 지냈고 현재 보르도 시장으로 재임 중이다.

피용 후보는 세비 횡령 의혹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캠프는 와해 직전이다. 당내 소장파 의원 20명이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보낸 데 이어 의원 60여명이 캠프 탈퇴를 선언했다. 이탈한 의원들은 쥐페 쪽으로 붙고 있다.

공화당은 6일 긴급회의를 열어 후보 교체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실제로 공화당 후보가 쥐페로 교체되면 우파 표가 결집해 현 유력주자인 무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의 바람을 잠재울 가능성도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오독사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쥐페가 1차 투표 지지율 26.5%를 기록해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마크롱이 25%로 2위,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24%로 3위다. 르펜이 3위로 밀려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너무 적어 판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른 리서치업체(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르펜이 1위로 나오기도 했다. 르펜이 피용과 비슷한 세비 횡령 의혹에 휩싸여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아직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선 1차 투표는 다음 달 23일 실시된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를 놓고 5월 7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