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에 젖은 LPGA

입력 2017-03-05 21:23
박인비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박인비는 2015년 11월 로레아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16개월 만에 투어 정상을 차지하며 ‘골프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AP뉴시스

‘골프 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16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또 한국 낭자들은 LPGA 투어 3주 연속 우승을 이루며 투어 한 시즌 최다우승 기록 경신에 청신호를 켰다.

박인비는 5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6683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마지막 날 버디 9개, 보기 1개를 엮어 8언더파 64타를 써냈다. 이로써 박인비는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전년도 챔피언 장하나(25·BC카드)가 세웠던 이 대회 최저타수 타이기록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015년 11월 로레아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승수 쌓기에 실패했던 박인비는 지난해의 부상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투어 통산 18승(메이저대회 7승)째를 챙겼다.

대회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올랐다가 전날 3라운드에서 공동 5위로 다소 주춤했던 박인비는 이날 골프여제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5, 6번 홀에서 2타를 줄인 박인비는 8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로 치고나갔다. 특히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는 3m 이상의 중장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박인비는 버디 2개를 추가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선 보기를 기록했으나,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의 무서운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허리 통증과 손가락 부상 등이 겹치면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세계랭킹은 1위에서 12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지난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손가락에 테이핑을 한 채 경기를 치르며 최연소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금메달을 차지해 전무후무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작성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8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 박인비는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박인비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퍼팅이 정말 놀라웠다”며 “치는 것마다 버디가 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행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어 “스윙 리듬을 되찾고 우승하기까지 몇 달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슈퍼 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LPGA 투어 정식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성현은 이날 버디 6개, 보기 2개로 최종합계 16언더파를 기록, 단독 3위를 차지했다. 데뷔전에서 톱3에 들면서, 미국 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데뷔전 우승은 놓쳤지만 박성현은 톱 랭커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활약으로 ‘슈퍼 루키’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한편 2년여간 지독한 슬럼프로 랭킹이 179위까지 떨어진 재미동포 미셸 위(28)는 전날까지 단독선두에 올라 통산 5승째에 도전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날 전반 라운드 5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한 게 뼈아팠다. 미셸 위는 14언더파로 마감하며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유의 장타에 숏게임과 퍼팅이 눈에 띄게 안정돼 향후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 톱10에 무려 6명이 이름을 올렸고 2015년부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3연패를 달성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3주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ISPS 한다 위민스 오스트레일리안 오픈에서 장하나가,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28·PNS창호)이 정상에 오른데 이어 박인비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LPGA 4개 대회에 3승을 합작하면서 2015년 세운 한국 여자선수 최다승 기록(15승)을 깰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