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거듭되는 음주사고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학생 자치활동이 술판으로 변질되는 악습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 지방 국립대 총학생회가 오리엔테이션 때 마시려고 9000병 가까운 소주·맥주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은 지난해 행사 때도 총학생회 간부가 침을 뱉은 술을 후배에게 마시도록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경북 구미의 금오공대는 올해 2박3일로 예정됐던 오리엔테이션 때 마시려고 소주 7800병, 맥주 960병을 구입했다. 소주는 20병 들이 390상자, 맥주는 페트병 6개 들이 160상자였다.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과 재학생이 1700여명이었으므로 학생 1인당 소주 4∼5병이다.
금오공대는 지난달 22일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리조트로 오리엔테이션을 가는 도중 버스가 추락해 운전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교육부는 지난 2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술 구입 내역과 행사 취소로 인해 학생회관에 쌓여 있는 소주와 맥주 일부를 확인했다.
교육부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이후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만들고 가급적 학내에서 대학이 주관토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10곳 중 3∼4곳은 야유회 형식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생도 성인이라 자치활동에 정부나 대학이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학부모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학생회는 주류 구입량을 조사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오공대 신입생은 올해 오리엔테이션 참가비로 13만8000원, 재학생은 6만9000원을 냈지만 전혀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OT 교통사고 낸 금오공대 알고보니… 소주 8000병 실어 1인당 4∼5병꼴
입력 2017-03-0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