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봉사 잘하는 기독교 신뢰도는 ‘낙제점’

입력 2017-03-06 00:00
조흥식 서울대 교수가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발표 세미나에서 분석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윤실 제공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독교(개신교)에 대해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국민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으며 도덕·윤리성 회복이 교회의 신뢰를 되찾는 급선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1월 20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08년과 2009년, 2010년, 2013년에 이은 다섯 번째다.



신뢰도는 ‘답보’, 불신도는 절반 넘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5점 척도 기준 2.55)였다. 직전인 2013년 조사 때의 19.4%(2.62)와 비교할 때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세부 속성별로는 교회 활동(2.87)과 기독교인(2.56), 목사(2.54) 등의 순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2%였다. 총 5차례 조사 가운데 이 비율이 절반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을 분석한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은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9년 전과 비교할 때 답보 상태”라고 평가했다.



나눔·섬김·성장가능성은 ‘최고’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종교’에 대해 응답자의 36.2%는 기독교를 꼽았다. 가톨릭은 34.8%, 불교는 7.8%였다. ‘향후 10년 뒤 우리나라의 어느 종교가 가장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40.3%)이 기독교를 꼽았다. 이어 가톨릭(20.3%)과 불교(12.1%), 이슬람교(4.6%) 등의 순이었다.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기독교가 봉사는 잘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답변은 기독교를 성장 위주의 종교로 여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만큼 한국교회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리·도덕 실천 없인 신뢰회복 없어”

국민들은 한국교회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점으로 ‘불투명한 재정 사용’(26.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목회자는 ‘윤리·도덕성’(49.4%), 기독교인은 ‘정직하지 못함’(28.3%)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도 ‘윤리·도덕실천 운동’이 45.3%로 가장 많았다. 봉사 및 구제활동(31.6%)은 그 다음이었다.

조 교수는 “사회 곳곳에서 가치관과 도덕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는 이때에 국민들이 한국교회에 윤리·도덕의 실천과 바른 방향의 제시를 바라고 있다는 조사결과”라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