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은 4일 “국정원 4급 간부 A씨가 올해 초부터 헌재의 동향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방송사 보도를 보면 국정원 직원은 헌재와 법조 관계자들을 만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를 파악하고 인용과 기각 여부를 추정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직원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또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 있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직접 헌재 사찰을 지시한 의심을 사고 있다.
국정원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의혹 제기로, 국정원이 어떤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사찰했는지, 어떤 구체적 증거나 증언이 있는지조차 일절 제시돼 있지 않은 가짜 뉴스”라고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은 물론 헌재의 명예도 훼손했다면서 해당 방송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진위를 떠나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러한 의혹이 불거진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대공, 대테러, 대간첩 업무로 국한된다. 이 외의 정보 수집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때 댓글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불법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헌재를 사찰했다는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북한과 제3국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수호해야 할 국내 최고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와 관련이 없는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는 의구심이 자주 제기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사설] 국정원의 헌재 사찰 의혹은 또 뭔가
입력 2017-03-05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