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쭉… 아베, 장기집권 첫 관문 열었다

입력 2017-03-06 05:0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와 자민당 간부들이 5일 도쿄의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당 대회에서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기존의 ‘연속 2차례 6년 재임’에서 ‘연속 3차례 9년 재임’으로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아베 왼쪽은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사무총장). AP뉴시스

미국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의 위상은 갈수록 흔들리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통치 기반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특히 5일에는 집권 자민당이 총재 임기 규정을 현행 ‘연속 2차례 6년 재임’에서 ‘연속 3차례 9년 재임’으로 바꿔 아베가 2021년 9월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NHK방송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당 대회를 열고 총재 임기 연장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인 아베의 총재 임기가 연장되면 그만큼 총리 재임 기한도 길어지게 된다. 임기 연장안은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제안했다.

아베의 총재 임기는 2연임이 끝나는 2018년 9월까지로 돼 있다. 현행 당규대로라면 내년에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 총재직 3연임에 성공하면 3년 더 재임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선 총재직을 놓고 아베에게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인사가 없고, 당내 주요 계파도 암묵적으로 아베의 3연임에 동의한 상태여서 아베의 장기집권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베에게 3연임은 3가지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평생의 숙원인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된다. 지금은 여론이 나빠 평화헌법에 대한 개헌을 추진해도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21년까지 시간을 두고 여론전을 펼칠 경우 개헌 찬성 분위기를 유도해낼 수도 있다.

또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아베의 주도로 치를 수 있게 된다. 올림픽을 잘 치르면 국정지지도가 올라가고 각종 선거에서 유리해진다. 개헌 찬성 여론도 높아질 수 있다.

아베 개인적으로는 2019년 11월이 되면 기존에 가쓰라 다로 전 총리가 갖고 있던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2866일)도 깰 수 있게 된다. 아베는 2006년 9월부터 1년간 총리를 한 데 이어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리를 맡아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