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민투표 앞둔 터키 에르도안 찬양영화 논란

입력 2017-03-05 18:27
오는 4월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앞둔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대통령을 찬양하는 전기 영화가 전격 개봉됐다.

3일(현지시간) 터키 전역 극장가에 영화 ‘레이스(Reis)’가 걸렸다. 제목은 터키어로 ‘최고'를 뜻한다. 영화는 이스탄불 빈민가 출신 소년이 역경을 딛고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에르도안이 1999년 이슬람주의를 주창한 시를 공개 낭송한 혐의로 투옥되는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에르도안은 이 사건을 발판 삼아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고 유력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집권 기간을 연장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개봉한 이 영화를 두고 현지에서는 ‘선전 영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성인 에르도안 역을 맡은 유명 배우 레하 베이오을루는 “개봉일은 에르도안의 생일(2월 26일)을 고려한 것일 뿐 국민투표와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르도안은 독일 유력지 디벨트의 터키 특파원 데니스 이위젤에 대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대리인이자 독일의 첩보원”이라고 비난했다. 독일·터키 이중국적자인 이위젤은 PKK 지도자 제밀 바이으크를 인터뷰한 뒤 테러 선전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위젤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에 독일 지방정부가 터키계 독일인의 개헌 찬성 집회를 불허한 것에 반발, 터키 외교부가 자국 주재 독일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니트에 따르면 독일인 69%가 “에르도안의 터키는 독재 국가”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