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장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이고 매우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북핵 문제는 미국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 중 하나일 수 있지만 한국에는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안보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나아가 통일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 정치가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의 지연을 정당화해주지는 못한다. 지난 2008년 12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북핵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이후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통제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및 킬 체인 체계 구축 등의 군사적 억지력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올 3∼4월에 전개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FE) 군사훈련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최첨단 전략자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지만 북한의 변화된 조치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 일환이라고 인식하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중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미·북 간에 1.5트랙 대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및 김정남 피살 사건 등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해 무산되기는 했지만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등이 이달 초 뉴욕을 방문, 전직 미국 고위 관료 및 전문가들과 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려 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난달 18일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최근 유럽연합(EU)과 호주도 북한산 석탄·철광석 등 광물 거래 중단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와의 직간접 대화를 통해 향후 정책 방향 및 새로운 관계 설정을 바라고 있다.
미국은 실무진이 대북 정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북 정책의 대체적인 틀이 만들어지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진용도 갖춰질 것이다. 그러면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1.5트랙 대화도 정책 마련을 위해 이루어지는 탐색적 검토 과정의 일환이다. 미·북 간 대화는 물론 미국의 대북 정책 수립 과정에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전략적 구상이 마련돼 긴밀히 협의되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옵션을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와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진전될수록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과 노력이 증가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협상과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안보, 남북관계 개선, 나아가 통일과 직결되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 전력을 다해 해결을 위한 전환점 마련에 집중할 시점이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포커스-이관세] 북핵 해결의 전환점 마련할 때다
입력 2017-03-05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