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첫 대선 예비후보 경선 토론회는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의 정책 공약을 집중 공격했다. 집권 후 매머드 지원 조직의 ‘자리 나눠 먹기’,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반면 문 전 대표는 공격을 되받아치는 걸 삼가며 ‘맏형’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힘썼다. 하지만 일부 민감한 질문에는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다.
각 주자별 17분간 주어진 주도권 토론에서 첫 순서로 나선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게 “싱크탱크와 캠프 조직이 엄청 크고 화려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선 때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 되고 나면 당이 아니라 캠프 조직이 정당과 국정운영을 주도하게 된다는 점”이라면서 “정당 중심으로 집권하려 한다면 이들 조직이 민주당에 힘을 몰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당의 역량 강화를 외면하고 본인 경쟁력만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통합은 인재 등용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그만큼 많은 인재 풀(pool)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제가 영입한 분뿐 아니라 다른 후보의 인재 풀도 함께 모으겠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다시 “후보의 의지만 가지고 그렇게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선 후보의 정책을 당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금 무책임하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하고 지지받음으로써 당의 정책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다시 “이런 추세로 가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의 집권이 된다. 제 충언을 경청해주시리라 믿는다”며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를 집중 성토했다. 그는 “안타깝게 문 후보는 재벌에 이익을 주거나 인적 관계를 심하게 맺는 게 보인다”면서 “복지 증가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하는데 왜 법인세는 증세 대상에 포함 안 시키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증세는 일자리·복지예산 마련을 위한 재원대책일 뿐 재벌개혁과는 다르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며 “저는 법인세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소득세, 자본소득 과세, 실효세율 정상화에 이어 법인세 인상까지 순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다시 “‘이학수법’(불법이익환수법) 발의에 불참했고, ‘삼성 X파일’ 특검도 반대했다. 재벌에 편향적인 후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재계 인사도 만나고, 중소기업중앙회도 만나고 노동자 포럼에도 참석했다. 한 대목만 뽑아서 친(親)재벌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대연정론을 선제적으로 언급했다. 타 후보에게 공격받느니 차라리 먼저 나서는 게 좋다는 전략이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 통합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연정을 말씀하시는 것은 납득 못 하겠다”고 반격하자 안 지사는 “국가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의회 내 어떤 당과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문 전 대표는 다시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과 연립정부는 다른 것”이라며 “적폐를 만들어온 정당이 아무 반성도 하지 않는데 연정할 수 없다. 안 지사가 너무 협치, 대화, 타협에 꽂혀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지사도 “반성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공공일자리 정책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 “당초 공공일자리에 부정적이더니 최근 들어 이를 인정했다. 이제 (입장이) 정리된 건가”라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경제 산업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공공 분야에서 81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핀트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토론이 끝난 후 문 전 대표는 “각 후보들의 장점이 많이 발휘되도록 하려 했는데 잘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 지사는 “기존 정치인끼리의 토론을 벗어나보려고 노력했다. 저를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셨던 분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 安 “文 싱크탱크·캠프 조직 엄청 크고 화려해”
입력 2017-03-04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