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하는 등 사드(THAAD)에 대한 보복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직접 보복 조치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낮다.
스위스, 스페인 출장을 마치고 3일 귀국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인천공항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국제규범에 위반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구속하는 국제규범은 WTO 협정뿐이다. WTO 제소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윤 장관은 “현 단계에서 세부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제소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상용비자 발급 요건 강화, 한국 상품 통관 거부 등 갖가지 보복 조치를 취했다. 그때마다 중국은 ‘법에 따른 조치’ ‘정부와 무관한 일반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이라고 잡아뗐다. 이번 여행상품 판매중단 역시 법령에 근거한 조치가 아니어서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우리 정부의 반응도 어정쩡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적인 인적 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가 사실일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정부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논의했지만 원론적 수준의 대응책만 내놓았다. 중국 측 동향과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사안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단체관광만 금지한 상태고 개별관광이 더 많은 현 상황을 봤을 때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조성은 신준섭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中 사드보복 추태] 할 말 없는 정부
입력 2017-03-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