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앞은 썰렁했다. 롯데그룹은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로 내놓으며 중국 관광 보복의 표적이 됐다. 이날 오후 1시 롯데백화점 뒤편에서 면세점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고작 10명 안팎이었다. 이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 안내요원 최모(25)씨는 “2∼3년 전만 해도 유커들이 번호표를 받으려고 줄지어 섰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한류 팬을 겨냥해 만든 스타애비뉴도 썰렁했다. “쇼핑을 하려고 여러 번 한국에 왔었다”는 유커 A씨(28·여)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번에 돌아가면 아쉬워도 당분간은 한국을 찾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10층에선 유커 30여명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이 들어서 있었지만 매장마다 손님은 2∼3명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저가 브랜드가 모여 있는 아래층에도 유커 20명이 몰린 모자 코너를 빼면 붐비는 곳이 없었다. 한 가방 브랜드 직원은 “사드 배치가 확정된 뒤 매출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며 답답해했다.
올 초 불거진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불안해하던 명동의 상인들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의 보복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아직은 앞서 관광을 예약해둔 유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달 말 금지령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상권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가뜩이나 유커들의 발길이 주춤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노점에서 양말을 파는 신모(26)씨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유커들에게 계속해서 ‘구경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친구나 가족끼리 오는 싼커(개별 관광객)도 많지만, 한번에 50켤레씩 사가는 큰손은 주로 8∼10명씩 몰려다니는 단체 관광객”이라며 “이들 발길이 아예 끊기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명동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중대형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의 직원들 얼굴은 초조해 보였다. 한 대형 화장품 가게의 매니저 김모(30·여)씨는 “애써 괜찮아질 거라 믿어왔는데 막상 유커들이 아예 못 들어올 거라는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갑갑하다”며 “이젠 유커 발길이 눈에 띄게 줄 텐데, 어쩔 줄 모르겠다”고 했다.
노점상들도 울상이었다. 계란빵을 파는 한모(50·여)씨는 “길거리 음식을 많이 사먹고 돈도 후하게 쓰는 중국인들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 줄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한 찜닭 집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단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직원 권모(52·여)씨는 “단체로 온 유커와 싼커 비율이 7대 3이었는데 단체관광이 줄며 5대 5 정도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다.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밀리오레 운영협의회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보다 싼커들에 집중하거나 여러 나라의 관광객을 모으는 방안 등 대책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롯데 같은 대기업도 곤욕을 겪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은 여행금지 지역이 베이징에 국한된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글=오주환 이가현 기자johnn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이가현 기자
[르포] ‘날벼락’ 명동 “안그래도 줄었는데… 유커 발길 끊길라”
입력 2017-03-0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