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1940∼2009). 독일 안무가인 그는 20세기 후반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탄츠테아터’로 현대무용의 문법을 바꿔놓았다. 무용이라는 마이너 장르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렸다. 우리나라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내한해 ‘카네이션’ ‘마주르카 포고’ ‘러프 컷’ ‘네페스’ ‘카페 뮐러’ ‘봄의 제전’ ‘풀 문’ 등을 선보였다.
그가 지난 2009년 6월 암 진단을 받고 불과 5일 만에 타계하자 전 세계 예술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가 이끌던 부퍼탈 무용단은 그의 타계 이후 전세계 공연장들의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이 무용수들에게 질문과 아이디어를 던지고 그들의 생각과 동작을 끌어내는 안무 방식으로 만들어진 만큼 아직은 오리지널 단원들 덕분에 원작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27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스위트 맘보’는 그가 사망하기 불과 1년 전인 2008년 초연된 작품이다. 그가 본거지였던 부퍼탈에서 발표한 44편의 공연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이다.
‘스위트 맘보’는 10명의 베테랑 무용수들이 출연해 인간과 인간,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을 그리고 있다. 무용수들은 때로는 무대 위를 달리고, 스스로 물을 끼얹거나 서로 싸우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남녀간의 심리를 묘사한다.
이 작품은 ‘도시/국가 시리즈’라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 중 인도를 테마로 한 ‘뱀부 블루스’(2007)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가 주로 어린 단원들을 이끌고 인도에 가 있는 동안 부퍼탈에 남아있던 베테랑 단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돌아온 그는 크게 기뻐하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그의 오랜 파트너였던 디자이너 피터 팝스트가 만든 무대 역시 ‘뱀부 블루스’의 세트를 변형한 것이다.
무대 위를 채운 하얀 커튼은 물결처럼 흩날리고, 그 위로 독일의 흑백 영화 ‘파란 여우’(1938)가 투사된다.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솔로와 앙상블의 다양한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사랑 절망 열정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장지영 기자
‘현대무용의 전설’ 다시 만나는 피나 바우쉬
입력 2017-03-0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