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공세가 G2(주요 2개국)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옹졸하고 비이성적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경제 제재로 풀려는 잘못된 접근에 국제사회조차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민간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보복에 관여하고 있는 것도 국제적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일선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 여행상품 판매 전면 중단을 지시한 중국 국가여유국은 3일 주요 여행사 20여곳에 7개 항목으로 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에 따르면 국가여유국은 15일 이후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과 자유여행 상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고, 인터넷으로 판매 중인 상품은 판매 종료를 표시하거나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한국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런 지시사항을 어길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런데 지난해 한류를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부터 모든 사드 관련 보복은 문건이 없는 구두 메시지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치도 구두 지시였다. 민간을 내세우며 정부는 뒤로 빠지면서 상대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전형적인 중국식 꼼수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관 상황을 잘 모르겠다. 중국은 한·중 간 교류 협력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발뺌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다른 사안과 연계해 경제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익숙한 일이다.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 상품 불매와 관광 금지 조치를 취했고,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노르웨이를 겨냥해 연어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상황이 이렇자 2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은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중국의 도를 넘은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서방 외교관들은 중국은 몸집만 대국(大國)이지 약자 앞에서만 강한 깡패 국가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한국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재계 소식통은 “중국 진출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중국의 노골적인 차별적 대우에 불만이 크다”면서 “말로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을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 기업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비아냥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인 문제를 갖고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G2라는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공식적인 조치도 아니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는 것은 더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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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치졸한 사드 보복… ‘G2’ 자격있나
입력 2017-03-03 17:42 수정 2017-03-04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