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친 박영수(사진) 특별검사가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너무 가까웠다”고 촌평했다.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수사 지휘자의 소감이다.
박 특검은 3일 서울 대치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을 언급하며 “아버지 때부터 인연이 있어서 도와주고 그러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최씨는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질문에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며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좋았을 텐데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제일 가슴 아픈 건 우리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막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억울하다”고도 했다. 역시 특검이 자백을 강요한다며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소리쳤던 최씨를 향한 말이다. 박 특검은 “오히려 (강압수사라는) 말을 안 들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며 “최씨한테 한방 먹은 게 오히려 특검이 적법하게 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아들 집을 압수수색할 때 에피소드를 예로 들었다. 김 전 실장의 아들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정말 고민 끝에 아들 집에 가서 ‘김 전 실장 집에서 가져온 것만 내어 달라’고 예의를 갖춰서 얘기했다”며 “비인간적인 수사는 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순실 사건은 두개의 큰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씨가)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며 “삼성이나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재단 출연이 권력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논리를 펴지만, 특검팀은 정격유착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했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를 미완성인 채로 검찰에 넘기게 된 부분을 특히 아쉬워했다. 그는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 같은 것은 솔직히 말해 압력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다면 100% 발부됐을 텐데 보완할 시간이 없어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대통령기록물에 속한 것만 봐도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남용을 했는지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이 우 전 수석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검사들 기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충근 특검보는 “이미 수사 내용을 특검팀이 알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덮고 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은 “삼성 관련 재판이나 블랙리스트 재판은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갖는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저희들도 단단히 준비 중인데 공소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특검팀과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첫 오찬에 이어 이번 점심값도 ‘더치페이’를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박영수 특검 “우병우 영장 재청구땐 100% 발부 자신”
입력 2017-03-03 17:43 수정 2017-03-03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