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배구? 이젠 토털배구!

입력 2017-03-03 18:18 수정 2017-03-04 00:28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승승장구 중인 팀들은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의 출중한 기량에 의존하는 ‘몰빵배구’ 대신 국내외 선수가 조화를 이루는 ‘토털배구’를 펼친다는 점이다. 리그 1, 2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뽐내며 승점을 쌓았고, 사실상 봄 배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았던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와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 등은 시즌 내내 고전했다.

대한항공은 두터운 선수층을 강점으로 앞세워 다양한 공격을 선보였다. 2012-2013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미차 가스파리니는 명품 서브(세트당 평균 0.61개·1위)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 외에 공격형 2명(신영수·김학민), 수비형 2명(곽승석·정지석) 등 총 4명의 주전급 레프트를 보유해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일단 김학민과 신영수가 각기 다른 공격 스타일로 득점에 기여했다. 리그 공격종합 1위에 오른 김학민은 후위공격(1위)과 시간차 공격(2위)으로 상대 코트를 유린했다. 신영수의 공격은 김학민과 스텝, 코스, 타법 등이 다른 탓에 상대수비를 흔들어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로 재미를 봤다. 코트 위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선수 전원이 공수에 참여하고 있다. 선수들이 위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포지션 파괴’ 현상과 변칙적인 공격전술들을 자주 시도했다. 그 중심에는 주포 문성민과 센터 신영석이 있었다.

레프트 문성민은 기존의 측면 공격뿐 아니라 중앙 속공플레이에도 힘을 실었다. 센터 신영석은 리그 블로킹 3위로 센터의 역할을 잘 소화한 데다 속공(2위), 서브(10위) 등 다양한 공격으로 팔방미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토털배구가 성행한 데에는 올 시즌 자유계약이 아닌 연봉상한선(30만 달러) 내에서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된 것이 결정적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하면서 한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몰빵배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상대수비를 흔드는 다양한 득점루트가 주된 승리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지 못한 팀은 고전했다. 삼성화재는 과거 전성기 시절 가빈, 레오 등 외국인 공격수의 점유율이 50%대 후반∼60%대 초반까지 될 정도로 몰빵배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올 시즌 역시 타이스의 공격점유율은 최고 55%에 육박하는 등 스타일 변화가 없었다. 플레이오프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삼성화재는 몰빵배구 탈출 실패로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 위기에 놓였다.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OK저축은행은 시몬을 앞세워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해 신흥강호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해 시몬이 떠난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을 키우지 못하자 종이호랑이나 다름없었다. 시몬 자리에 모하메드가 나섰지만 기량 부족으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결국 우승 1년 만에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3일 수원체육관에서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1대 3(25-22 23-25 20-25 16-25)으로 져 우승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대한항공(승점 70)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2점만 추가하면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자력 우승을 확정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