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중지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리면서 실제 실행에 옮기는 여행사들이 생겨나는 등 여파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에 이어 전국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의 전면 금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중국 최대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에 전화해 “3월 말 한국 여행상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담당자는 “한국 상품은 취급하지 않고 비자 대행 업무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전날 베이징의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행 여행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단체관광은 물론 자유여행이더라도 여행사를 통해 항공티켓을 끊고 한국으로 가는 것도 금지된다. 국가여유국은 3일에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한국 관광을 신중히 결정하라”고도 경고했다. 최근 중국인의 제주도행 비자 거부와 공항 억류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개별 관광까지도 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현재까지 다른 일선 여행사에서는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한국행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판매중단 시행이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등 유예 기간이 있는 데다 일선까지 지침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다. 중국청년여행사는 “한국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답했고, 온라인 위주의 씨트립도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한 중국 중소여행사 관계자는 “정식으로 통지받지 못했다”면서 “현재까지는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상품에 관한 어떠한 문의에도 답변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국가여유국은 3일 상하이시와 장쑤성, 산둥성, 산시성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달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구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성과 직할시도 조만간 국가여유국 지침을 전달할 것으로 보여 한국관광 금지 조치가 베이징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사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06만여명으로 중국 해외 여행객 수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2일 지불 결제와 소매 업체를 보유한 루이샹그룹은 자사가 발행한 쇼핑 충전카드를 롯데마트에서 결제할 수 없도록 했고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 모든 한국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롯데 상품을 소각 처분하기로 했다. 베이징슈퍼마켓 공급협회 소속 120여개 공급업자들은 최근 “롯데마트의 과도한 입점비와 바코드 비용 부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전국상업협회에 호소문을 배포했다. 랴오닝성 선양 롯데백화점 앞에서도 “롯데는 당장 중국을 떠나라”고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CITS, 한국 여행상품 구매 문의에 “취급 안 한다”
입력 2017-03-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