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로 기소된 호스니 무바라크(88) 전 이집트 대통령이 6년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최고항소법원(대법원 격)인 파기원은 2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 마련된 특별법정에서 재심 최종 선고심을 열어 무바라크의 시위대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축출된 이후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나온 확정판결로 번복될 수 없다. 무바라크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직접 나와 선고를 받았다.
30년간의 장기 집권으로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무바라크는 ‘아랍의 봄’ 여파에 따른 민주화 시위 직후인 2011년 4월 구속돼 이듬해 1심 재판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시위 참가자 등 850여명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무바라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이집트 법원은 변호인단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카이로 형사법원은 2014년 11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비브 엘아들리 전 내무장관 등 무바라크 정권의 치안 책임자 7명에게도 면죄부가 주어졌다. 뒤바뀐 판결에 이집트 검찰은 항소했고 파기원은 2015년 6월 재심을 명령했다.
독재자에 대한 단죄가 무산된 것은 사법부와 군부에 무바라크 ‘부역자 그룹’이 건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는 아랍의 봄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정치적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쿠데타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은 독재를 이어가고 있고, 야당은 이에 맞서 제 정파가 참여하는 새로운 의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아랍의봄’ 유혈진압 이집트 무바라크 前 대통령 6년 재판 끝에 무죄
입력 2017-03-03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