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획기적으로 변경된 골프 규칙, ‘스피드 업’엔 도움 된다지만…

입력 2017-03-04 00:00
최근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발표한 골프 규칙 변경안에 대해 국내 골프계는 대체적으로 “경기시간 단축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된 조치”라고 환영했다. 다만 캐디 역할 축소 등 일부 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박호윤 사무국장은 3일 “그동안 현장에선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계속 외쳐왔다”며 “이번 조치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골퍼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위 ‘양파(Double Par)’ 개념 도입과 분실구 찾는 시간의 단축도 환영했다.

그는 “특정 홀에서 한 선수가 오래 경기를 치를 경우 나머지 100여명의 선수는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보통 시간을 질질 끄는 선수가 두 명이 있으면 경기를 진행하는데 심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소개했다. 이로 인해 경기 종료를 일몰 시간에 못 맞춰 다음날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도 “이번 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홀별 타수의 하한선을 정하는 양파 개념 도입”이라며 “규칙 변경이 예고대로 진행되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조치는 경기단축 취지와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그린에서 퍼팅할 때 신발 자국이나 동물 배설물 등 방해물을 정리하는 행위를 허용키로 했는데 이는 시간을 더 끌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캐디의 역할이 축소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규칙 변경안에 따르면 홀까지 남은 거리를 측정하는 전자기구의 사용은 허용되는 반면 캐디가 라인을 읽어주는 것은 금지된다. 이 경우 캐디는 그저 가방만 메고 다니는 짐꾼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캐디협회 관계자는 “캐디 역할이 축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며 “그래도 2019년 시행될 때까지 검토 기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