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이 또다시 워싱턴 정가를 강타했다.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난 사실을 숨긴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세션스는 그러나 민주당의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세션스의 사임과 특별검사 수사를 촉구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측근들이 대거 러시아 측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지난해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이클 플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함께 키슬랴크 대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말 친러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연설한 대가로 5만 달러(5770만원)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 후보의 외교고문 2명이 키슬랴크 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세션스는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과 관련해 이미 FBI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WSJ는 보도했다. FBI 수사를 받고 있는 세션스가 FBI 수사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세션스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특별검사가 임명돼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캠프의 그 누구도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세션스를 두둔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는 세션스가 보다 명쾌한 해명을 하거나, 러시아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는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동조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는 국방예산 증액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에 승선한 자리에서 세션스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의 주장은 마녀사냥”이라며 “전적으로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도 관련 보도를 비난하며 트럼프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3일 의혹 보도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완벽한 정의에 우리가 더 보탤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션스의 해명과 수사 불관여 발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스캔들이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의 사위와 장남까지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사위·장남 연루 의혹…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의 늪
입력 2017-03-04 00:01 수정 2017-03-04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