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화약통 되나” 당국 끙끙

입력 2017-03-03 18:03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불리는 P2P대출(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산업을 두고 정부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대출금이 부동산 투자에 몰리고 기존 대부업체가 시장에 다수 진입하는 등 잠재적인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섣불리 시장에 손을 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지난달 말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정작 감독 당국은 칼 한 자루 없는 빈손이다.

3일 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협회 등록업체의 누적대출액 5275억원 가운데 2208억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P2P대출 업체 중개금의 42%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향후 업체들이 서민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보다 부동산 등 투기적 사업에만 더 몰두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부분으로, ‘핀테크 확산’과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P2P대출 산업 육성의 대의와도 어긋난다. 앞서 중국에서는 P2P대출이 급성장하면서 부동산 투기 거품을 부추겼던 전례가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경우 연체율 급증 등 부실 우려도 크다.

P2P금융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현재 34개다. 그러나 실제 영업 중인 P2P업체는 최소 130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재 P2P대출업체는 대부업법 적용을 받아 연계 대부업체가 있어야 영업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에만 등록된 대부업체도 별도 법인을 설립,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하면 P2P대출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 상당수가 기존 대부업체일 확률이 높은 이유다.

정부의 접근법은 사뭇 조심스럽다.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초기부터 제재를 심하게 했다가는 미래 중금리 시장의 싹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부터 P2P대출 가이드라인 시행에 들어갔다. 법제화에 앞서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투자자를 우선 보호하고 산업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우려를 의식한 듯 금융위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반기별로 업계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관련법이 없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P2P대출감독대응반을 마련해 운영 중이지만 구성원은 달랑 2명뿐이다. 이들에게는 법률상 제재는 물론 업계를 감시·감독할 권한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금융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인터넷 검색 등으로 일일이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껏 찾아 자료를 요청해도 답하는 건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부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이 적용되면 간접적으로나마 감독이 가능할 전망이다. P2P대출업체의 자회사 대부업자들은 시행령 적용 뒤 유예기간(6개월) 내에 ‘온라인대출정보연계대부업자’로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 이후엔 금감원이 연계 대부업체를 통해 P2P대출업체를 간접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 달 도입하겠다는 당국의 방침과 달리 시행령 적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시행령 적용 유예기간 동안에는 감독 당국으로선 어떤 사고가 터져도 속수무책이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달 중 ‘온라인대출중개업에관한법률’(가칭)을 발의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보다 투자 차등 기준을 더 늘리거나 한도 자체를 조정하는 게 골자다. 법안 내용에 따라 당국이 직접 P2P대출업 관리감독을 할 수도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