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간 축사노예 40대 “늦깎이 초등학생 됐어요”

입력 2017-03-02 21:21
19년간 축사에서 강제노역하다 구출된 지적장애인 고모(48)씨가 늦깎이 초등학생이 돼 새 삶을 살게 됐다. 2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고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했다. 이 학교 1학년 1반 20번이 된 고씨는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았다. 고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씨는 입학 동기들과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지는 않는다. 특수교사가 일주일에 2회 방문하는 ‘순회교육’ 방식으로 1회 2시간씩 한글과 숫자 개념을 익히는 등 특수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고씨는 1997년 충남 천안의 한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에게 이끌려 김모(69)씨 부부의 축사로 왔다. 이곳에서 고씨는 이름 대신 ‘만득이’라 불리며 19년간 소 먹이를 주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우연히 경찰에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고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의 도움을 받아 축사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1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받아냈다. 안정을 찾은 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